남영동 열정도 거리를 좋아한다. 용산구 금싸라기 빌딩숲에 둘러싸인 채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한 이곳은 마음을 푸근하게 한다. 대부분 오래된, 키작은 건물이 오밀조밀 모인 열정도는 지방 소도시 골목 같다. 촬영용 세트장 같기도 하다. 나에게는 때때로 커피 한 잔, 밥 한 끼, 소주나 위스키, 와인과 치즈를 즐기기 좋은 쉼터이기도 하다. 가끔 뜨끈한 국물이 생각날 때면 나베집, 얼큰한 맛이 그리우면 낙지집을 들르기도 한다. 이 거리는 비가 올 때면 가장 좋다. 특히 번뜩 생각나는 한 곳이 있다. 거리 중간 즈음, 한두 사람 겨우 지나갈 만한 좁은 골목길에 위치한 '기름집.' '기름집'이라고 하면 참기름이나 들기름이라도 짜는 곳인가 싶지만 그저 술집이다. 한쪽 공중 구석에 매달린 낡은 텔레비전 화면에서는 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