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매실청을 담근다.
숙성된 매실액을 통에 담아두었다가 주로 지인들에게 나누어준다. 식구들이 먹는 건 정작 얼마 되지 않는다. 90%에 달하는 매실청을 나누어주곤 하는데 하나도 아깝지가 않다.
재작년엔가.
아빠가 보내주신 매실액 한 박스를 보관하고 있다가 지인들에게 나누어주기로 했다.
1.8리터 페트병 다섯 개, 백팩에도 두 개를 더 넣었다. 총 일곱 병의 매실액을 나르는 건 문제 되지 않았다.
당시 난 힘이 아주 넘치는 뚜벅이였으니까. 여름이라 좀 덥다는 게 신경쓰였다.
백팩을 메고 캐리어를 끈 채 상수동 친한 언니네 가게로 향했다. 엘리베이터 없는 지하철 출입구 계단을 내려갔다. 캐리어를 읏짜, 하고 드는데 꽤 묵직했다.
'까짓 거 저 아래까지만 잘 들고 내려감 되지... '
무겁긴 무거웠던지 퓨, 소리가 절로 나왔다. 지하철 내부에는 사람도 많고 여름철 더위도 가득했다. 에어컨이 가동되는 곳이어도 열감이 가득한 사람들이 한 데 모여 달리다 보니 지하철은 온실이나 다름없는 느낌이었다. 인간가습기 느낌.
매실 캐리어 손잡이를 꼭 잡고 버텼다. 조금만 더 가면 매실 덕분에 해실 해실 웃는 이들이 있을 테니.
상수역 계단을 올랐다. 엘리베이터는 없었다. 괜찮았다. 나에게는 꼭대기가 보였으니까. 그곳까지만 가면 경사는 없을 테니까. 퓨. 소리가 더 커졌다. 의리의 스윗가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캐리어를 대신 끌어주었다.
"우와! 이걸 어떻게 갖고 왔어?"
'그러게요. 끌고, 들고, 끌고, 들고... 괜찮아요, 전 아직 젊다, 는 착각의 DNA가 죽지 않았습디다.'
머릿속에서만 주절주절 나열하며 숨을 몰아쉬었다. 드디어 언니네 가게에 도착했다. 성북구에서 온 언니, 성신여대역에 사는 친구, 대전에서 온 동생, 수원에서 온 오빠와 친구 등등 모두가 모였다.
캐리어를 갈랐다. 매실청 다섯 병! 거기다 식빵 두 봉지와 다이어트한다는 한 언니에게 줄 카카오닙스 한 봉지까지... 이번에는 백팩의 머리를 열었다. 매실청 1.8 두 개 더 뙇!
가방에는 없는 줄 알았던지 다들 입이 쩍 벌어졌다.
'안 무거웠습니다. 내 가방이 등에 착붙이라 본디 무게보다 반이나 느낄까요... 퓨'
모두 꺼내 고루 나누어주었다. 얼음 띄워 음료로 마시든, 체하거나 배앓이 때 먹든지, 기분 전환 드링크로 잡수든지 매실 효능이야 워낙 많고 유명하니 적절하게 다들 알아서 음미하시겠지.
올해도 매실청을 담갔다. 잘 여문 광양 매실을 깨끗하게 씻어서 먼지나 불순물을 제거한 다음 꼭지 부분도 꼼꼼히 파냈다.
씨를 제거하느냐 마느냐 고민을 했다. 100일이 지나면 씨 포함 열매를 모두 걸러주어야 하는데 그게 귀찮아서 이번에는 씨를 모두 제거하기로 했다.
매실 씨 빼는 팁!
매실을 칼로 잘게 쪼개는 사람들이 있는데, 고되니 그러지 말자.
- 씨 빼는 간단한 팁은 칼집을 내는 것이다.
- 매실 열매에 동그랗게 절반 칼집을 내주고 손으로 양쪽을 잡고 반대로 샥 돌려주기!
그럼, 매실은 완벽하게 반반의 속살을 드러낸다.
- 씨는 포크로 푹 떠내면, 분리 완료!
올해도 매실 나눔을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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