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운전이기에 차폭감 가늠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앞 범퍼가 어느 정도 길이인지, 오른편은 운전석과 어느 정도 떨어진 건지, 주차장에 차를 넣고 뺄 때, 좁은 길에서 다른 차량과 부딪히지 않고 지나야 할 때, 1차로에 반대편 차량이 진입할 때 어느 정도 갓길에 붙어야 할지 등 고난의 연속이었다.
혹여 차체 오른편을 긁는다거나 남의 차량과 부딪히지는 않을까 가장 염려했었는데, 다행히 오른쪽 차폭감을 완벽히 해결하게 한 물건을 만났다.
바로 ‘초보운전 가이드라인’이었다.
유 선생님은 실망시키지 않았다. 믿고 보다 보니 여러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그 중 차량을 차선 가운데 잘 위치시키고 운전석 시야 기준으로 대시보드에 차선과 일치시켜 흰 테이프를 붙여 기준점을 잡으라는 영상이었다.
이거다, 싶어서 난 양면테이프를 서랍에서 꺼내 대시보드에 붙였다.
연습에 돌입했다.
도로를 달려보니 효과는 좋았다. 다만 대시보드에 시선이 자꾸 떨어지는 게 문제였다.
이로 인해 핸들링이 불안했다. 외부주차장이라 햇빛에 테이프가 점점 지저분하게 눌어붙는 것도 문제였다.
결국 아웃!
미남쌤 방법을 써보기로 했다.
‘초보운전 가이드라인’이라는 물건이었는데, 형광빛 플라스틱 막대 두 개를 앞 유리창에 부착하는 방법이었다.
왼쪽을 붙일 때는 오른쪽 눈을 가리고, 오른쪽을 붙일 때는 왼쪽 눈을 가리고 흡착판에 스틱을 잘 끼워서 조절해 붙이면 된다.
초보운전 가이드라인을 처음 붙인 기분이란, 어두컴컴한 동굴에 선 내게 누군가 횃불 하나를 들려준 기분! 광명의 순간이랄까!
뻥을 조금 보태자면, 4륜 구동 오프로드 질주라도 할 수 있을 듯 자신감이 솟는 변화랄까!
어이없다. 이깟 플라스틱에 의지가 되다니...
이 정도 선까지면 넌 안전해,라고 말해주는 듯한 위안이 있었으니 손가락 두 개 크기의 플라스틱일지언정
돈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대시보드에 테이프를 붙인 것보다 시선 처리가 한결 편했다.
가장 좋았던 건 좁은 골목에서 진입 차량과 마주쳤을 때 오른쪽으로 차를 바짝 붙여야 하는 순간에 탁월했다는 점!
주차할 때도 가이드라인에 실선을 맞추고 후진주차, 평행주차 등 여러 실전을 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단점도 있었다. 일주일 여 가이드라인을 붙인 채 구불길과 고속도로 진입 등 여러 코스를 주행했다.
가이드라인에 차선을 맞춰서 넘어가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감이 생긴 탓일까.
테이프 붙였던 때와 마찬가지로 멀리 봐야 하는 시선 처리가 종종 아래로 떨어졌다.
이는 시야가 좁아진다는 의미였다.
구불길에서는 핸들링이 불안했다.
고속도로에서는 조금만 이탈 조짐이 보여도 움찔했다.
(사실 이건 정말 큰 문제다)
결국 일주일 뒤 왼쪽 가이드라인만 떼고 운전을 해보았다.
확연히 달라졌다.
먼 거리 시선처리가 금세 가능해졌고, 핸들링 역시 한결 부드러워졌다.
사용하는 사람마다 편차는 있겠지만 가이드라인은 차폭감이 익숙해질 때쯤 떼는 것이 좋은 듯하다.
후방카메라만 의지해서 주차하는 습관을 들인 사람은 사이드미러에 잡힌 사물이나 사람조차 놓칠 우려가 간혹 있다고 한다.
초보운전 가이드라인 막대 역시 차폭감을 연습하는 보조도구로서 훌륭하지만 무의식적으로 운전의 시야 여백을 잡아먹을 수도 있어 단기간 사용하는 게 좋을 듯하다.
이제 초보운전 가이드라인은 최근 첫 운전에 도전한 친구에게 물려줄까 한다.
오른쪽 차폭감이 가늠이 안돼 갓길 주차된 차들 때문에, 불안 불안하단다.
"너에게 횃불을 주마!"
[초보운전] - 초보운전탈출 꿈꾼다면, 유 선생님 픽!
[초보운전] - 초보운전탈출, 주차 시 경사로 바닥 긁힘 주의!
'초보운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린이통학버스, 반대편 차로에서도 일시정지? (0) | 2020.07.04 |
---|---|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신호없는 교차로 정지선 멈춰야 할까? (0) | 2020.07.03 |
차 긁혔을 때? 괜찮아, 사탕이야 (0) | 2020.06.24 |
차폭감 어떻게 잡나, 막막하다면... (0) | 2020.06.17 |
초보운전탈출 꿈꾼다면, 유 선생님 픽! (1) | 2020.06.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