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의 처우 개선 요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글을 쓰는 이들의 정당한 권리는 처음 약속과 달리 외면 받거나 때때로 소송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쓴다는 것의 가치를 인정받는다는 게 예나 지금이나 참으로 어렵다. 장강명 작가가 출판사들의 인세 누락 관행을 지적한 것처럼 말이다.
장강명 “계약 위반사례 출판사 한 곳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출협에 인세 미지급 출판사 알려 ‘못된 관행’ 문제제기...그럼에도 엉뚱한 발표문 낸 출협
장강명 작가는 최근 일부 출판사들의 못된 관행을 지적하며 문제를 공론화했다. 그러나 대한출판문화협회(회장 윤철호, 아래 출협)는 장강명 작가의 문제제기와 다른 방향의 입장문을 발표해 논란이다. 장강명 작가는 이를 반박하는 공개서한을 15일 발표했다.
장강명 작가 서한에 따르면 출협이 본인에게 추가 피해를 묻고 이를 인지했음에도 외면한 채 지난 13일 '문체부 보도자료에 대한 문제제기'라는 엉뚱한 방향의 입장문을 내 도덕적 논란이 불거졌다.
앞서 아작 출판사는 장강명 작가를 포함해 저자들에게 계약금과 인세 지급 누락, 판매내역 보고 불성실, 오디오북 무단 발행 등 다수 문제가 불거지자 지난 1일 사과했다.
문체부는 지난 12일 출판유통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들을 발표하며 이런 논란에 대해 시정 조치 움직임을 보인 바 있다.
그러나 출협은 문체부의 방안을 반박하며 “작가 장강명씨와 아작 출판사 간에 계약 위반 사례가 발생한 사건은 한 곳에서 벌어진 일이지 모든 출판사에서 관행처럼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출협은 “장강명 작가는 문학동네, 창비, 한겨레, 민음사, 은행나무 등의 출판사에서 활발하게 책을 출간해왔다”면서 “이제까지 어느 출판사에서도 이번 일과 같은 계약위반이 벌어졌던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출판계에서 이번 사태는 대단히 예외적으로 벌어진 일탈 행위”라고 확산을 경계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장강명 작가는 출협의 발표문이 나가기 하루 전인 12일 출협 간부와 주고받은 이메일 내용을 공개하며 출협의 태도를 비판했다.
출협 상무 A씨는 12일 오후 메일 본문에서 “아작 출판사 이외에 작가님께 인세를 지급하지 않은 출판사가 있는지 여쭤보고 싶다. 참고해서 이런 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라고 했다.
장 작가는 협회 차원에서 작가들의 권리보호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걸로 인식해 최근 3~4년 사이 출판사 3곳에서 겪은 인세 누락 사례를 전달했다.
실제 장 작가는 12일 오후 출협 간부에게 보낸 메일 상 “A, B, C사의 편집자를 탓하고 싶지 않다... 회사 차원에서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 작가들끼리는 인세 누락에 대해 정말 흔한 일로 여기고 있다”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럼에도 출협이 문제를 협소하게 정리한 채 발표문을 내자 장 작가는 “그렇게 분명히 말씀드렸는데 엉뚱한 내용으로 발표문을 내신 이유가 궁금하다”라고 지적했다.
장 작가는 “저는 정부가 나서서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인세 지급 누락과 판매내역 보고 불성실은 한국 작가들에게 '대단히 예외적으로 벌어지는 일탈 행위'가 절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출협은) 현실을 부정하지 마시고 왜 이런 실수가 빚어지는지 실태 조사부터 벌여 보시면 어떨까 싶다”라고 덧붙였다.
아래는 장강명 작가가 대한출판문화협회에 보낸 공개서한이다.
대한출판문화협회께
이달 1일 아작출판사가 저와 다른 저자들에게 계약금 및 인세 지급 누락, 판매내역 보고 불성실, 오디오북 무단 발행을 사과했습니다. 저는 그 사과를 받아들이면서 이것이 한국 작가들에게 드물지 않은 일이며, 정부가 나서서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이후 이달 12일, 문화체육관광부는 출판유통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들을 발표했습니다.
출협은 문체부의 대책을 비판하며 인세 지급 누락이나 판매내역 보고 불성실은 아작 한 회사에서 일어난 일일뿐, 결코 출판업계에서 흔한 일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출협은 발표문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이번 사건은 아작 출판사 한 곳에서 벌어진 일이지 모든 출판사에서 관행처럼 벌어지는 일은 아닙니다. 장강명 작가는 이번 아작 출판사에서 책을 내기 이전에도 문학동네, 창비, 한겨레, 민음사, 은행나무 등의 출판사에서 활발하게 책을 출간해왔습니다. 하지만 이제까지 어느 출판사에서도 이번 일과 같은 계약위반이 벌어졌던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중략) 한국의 출판계에서 이번 사태는 대단히 예외적으로 벌어진 일탈 행위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고, 출협도 그걸 알고 있습니다.
출협은 발표문을 내기 하루 전날 저에게 유통 담당 상무 명의로 메일을 보내 아작 출판사 이외에 제가 겪은 다른 인세 지급 누락 사례가 있는지 물었습니다.
저는 답장으로 아작 외에 다른 출판사와 작업하며 제가 겪은 다른 사례들을 구체적으로 말씀드렸습니다. 그 출판사들이 아작보다 작은 회사가 아니며, 작가가 그런 경우 왜 인세 누락을 파악하기 어려운지도 설명 드렸습니다. 다만 그 출판사들이 아작과 달리 저에게 먼저 인세 누락 사실을 알려 왔고 성실히 사과한 만큼, 더 공론화하지는 않을 거라고 덧붙였습니다. 저는 출협이 협회 차원에서 작가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줄 알고 감사한 마음으로 답장했습니다.
그렇게 분명히 말씀드렸는데 엉뚱한 내용으로 발표문을 내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인세 지급 누락과 판매내역 보고 불성실은 한국 작가들에게 ‘대단히 예외적으로 벌어지는 일탈 행위’가 절대 아닙니다. 지난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발표한
보고서에도 잘 나와 있습니다.
1000명이 넘는 작가들을 상대로 벌인 실태조사에서 응답자 52.9퍼센트가 판매내역을 제대로 보고받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경우 가만히 있는다는 작가가 64.1퍼센트였습니다. 응답자 36.5퍼센트는 인세를 현금이 아닌 책이나 구독권 등 기타 물건으로 받았다고 답했습니다. 출판사가 인세에서 홍보물 제작비를 제하자고 제안했다는 등의 구체적인 사례들도 나와 있습니다.
저는 절대 다수의 출판사들이 성실하게 정산 업무를 할 거라고 믿습니다. 제가 겪은 인세 지급 누락들이 고의였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거래 당사자로서 보기에 여러 출판사에서 실수가 종종 일어나는 듯합니다. 또 적지 않은 출판사들이 판매내역 보고를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저는 문체부와 관련이 있는 사람이 아니고, 문체부의 대책이 얼마나 정당한지, 얼마나 효과를 낼지 모릅니다. 그런데 만약 문체부의 대책이 한심한 내용이라면 출협이 해야 할 일은 보다 나은 협회 차원의 개선 방안이나 정책 아이디어를 내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현실을 부정하지 마시고, 왜 이런 실수가 빚어지는지 실태 조사부터 벌여 보시면 어떨까요.
장강명 올림.
장강명 작가 데뷔, 학력, 작품
장강명 작가는 1975년생 서울 출생이다. 2011년 소설 '표백'으로 제16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데뷔했다.
장강명 작가는 연세대학교 도시공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2002년부터 2013까지 동아일보 사회부, 산업부, 정치부 기자로 활동했다.
작품으로는 <표백>, <댓글부대>, <산 자들>, <당선, 합격, 계급>, <5년 만에 신혼여행>, <알바생 자르기>, <한국이 싫어서>, <지극히 사적인 초능력> , <노라>, <열광금지, 에바로드>, <호모 도미난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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