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맛

이탈리안 패밀리 레스토랑 테소로(TESORO), 바질크림파스타

돌풀 2020. 8. 9.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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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있는 걸 먹으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언젠가 그와 꼭 이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바람이 뇌리에 스몄었는데... 그 소소한 바람 하나로 입꼬리가 절로 올라가는 건 아마도 가까운 미래의 행복을 가늠한 때문인 듯하다. 먹는다는 건 당연하고 일상적이며 반복적인 일임에도, 우리는 가끔 매우 특별한 의미를 느낀다. 홀로 먹는 즐거움이 아닌 둘이 마주 보는 시간의 특별함이 더욱 큰 희열을 주기 때문일 거다. 

 

오늘 베프를 만났다. 

바질크림파스타
시금치 피자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삼십 년 가까이 서로의 깊은 속사정까지 공유하는 친구. 

평소 먹는 것을 무척 좋아하는 친구란 걸 안다. 좋아서 먹는 걸 즐기기도 하거니와 스트레스 푸는 법 또한 먹는 거라니까

녀석의 식욕을 잘 충족시켜 줘야 하는데 고민하다 정한 밥집이었다. 이곳은 몇 달 전 또다른 친구가 괜찮은 곳이라고 소개하며 첫발을 들였던 곳이다. 바질크림파스타와 시금치피자를 맛보고는 오랜만에 맛의 흥미를 돋웠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래서 내 마음의 갈피를 쿡 찔러두었었지.

 

제일 친한 친구가 1시간 여 차를 몰고 찾아왔으니 어디를 갈까 더 고민할 것도 없었다. 오후 5시. 이른 저녁이었지만 상관없었다. 태풍도 북상중이라니 최대한 알차게 수다 떨 목적으로 친구를 보자마자 '밥 먹으러 가자'고 외쳤다. 테소로(TESORO)로 차 머리를 향했다. 

 

주문은 일단 내 기준에서 합격점을 받았던 바질크림파스타와 시금치 피자. 얼마 지나지 않아 주문한 음식이 차례로 나왔다.

파스타부터 포크에 돌돌 말아서 한 입. 아~ 부드럽다! 맛있다! 고향의 맛 다시다,도 물리칠 '그래, 이 맛이야~' (옛날 CF 카피를 들먹이기까지 한 건 너무 올드한가?) 친구는 최근에 먹은 파스타 중 제일 맛있다,며 엄지를 세웠다. 역시 그럴 줄 알았다. 

 

"이 음식은 먹히지 싶었다."

 

시금치 피자 역시 흡족한 반응이었다. 평소 채소를 잘 먹지 않는 녀석인데, 이렇게 피자 위에 얹어놓은 것에는 그나마 입맛이 돋는 모양이었다.

시커먼 구름이 빠르게 하늘자리를 옮겨갔다. 통창 밖으로 깻잎과 고추가 자라는 텃밭이 보이는 카페로 자리를 옮긴 우리는 그런 하늘에도 편안했다.

스포일러 커피

커피 한 잔 놓고 엣 이야기를 두 시간여 곱씹었다. 실실 웃다가 박장대소했다. 똑같은 이야기가 반복되기도 하는데 지루하지 않은 건, 우리가 싱거운 이야기에도 웃음이 많아서인가. ㅎㅎㅎ

 

멀리 떨어져 살지만 오랜만의 만남에도 어제처럼 익숙한 시간을 느끼는 우리는 비록 바질 크림 파스타와 시금치 피자가 아닌 국수와 겉절이 한 그릇이라도 만족할 푼푼한 마음씨를 지녔다고 생각한다. 그런 친구와 노는 게 즐겁다. 행복하다. 또 밥 먹자,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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