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복수냉면네 들를 만하네! 맛있어."
냉면을 자주 먹지는 않는다. 찬 음식을 먹고 나면 열기가 싹 가셔서 좋다기보다 속이 불편할 때가 많아서였다.
시중에 널린 평양냉면집에는 그리 시선이 잘 가지 않는 이유였다. 그러고보니 우리 가족은 외식을 하더라도 중국집은 자주 갔어도 냉면집은 들른 기억이 거의 없다. 물론 이런 나라지만, 숙대 오복냉면처럼 정말 다시 들르고픈 냉면 맛집이 있기는 하다.
지난 여름 처음 찾았다가 이후에 한 번 더 들렀을 땐 장소를 이전한다는 알림천이 붙은 걸 보고 내심 아쉬우면서도 이 집의 흥함이 괜스레 좋았던 기억이 난다. 아직 오복냉면 옮긴 장소는 찾아가보지 않았지만 팔꿈치가 안 좋으신 건지 보호대를 한 채 저녁 마지막 손님을 맞던 사장님 부부의 모습을 기억한다. 두 사람이 조리한 냉면맛이 오래 오래 변함없기를 바란다.
냉면 마니아가 아닌 나도 냉면이 간절한 날이 있다. 오늘이 그렇다. 열감이 가득한 땡볕에 거닌 날이면 슴슴하면서 담백한 끝 맛을 품은 냉면을 떠올리는데, 오늘처럼 습하게 더운 날의 간절한 별미욕이랄까! 평소 음식맛 도전에 굳이 선을 긋지는 않는다. 새로워서 눈이 반짝이거나, 익숙하더라도 그리운 맛에 고개를 주억거리게 하는 맛이라면 그러한 집은 언제라도 다시 떠오르니까.
평택에 지인을 만나러 간 지난달도 그러한 집을 하나 추가했다. 고복수냉면네! 얘기를 들어봤지만 방문한 적이 없다는 지인이 그리로 차 머리를 향했다. 기본찬으로 열무김치와 무절임이 나오고, 온육수부터 제공되는 단순한 상차림이 열렸다. 차가움이 느껴지는 은색 그릇에 담긴 냉면이 나왔을 때도 여느 냉면집과 다르지 않은 분위기였다. 먼저 눈으로 먹은 바로는 다른 냉면과 비교해 특별함을 발견할 수 없었다는 이야기다.
맛을 보았다.
육수 맛이 진하면서도 담백함이 은근하게 느껴지는 것이 고것 참 묘하게 괜찮았다.
빈대떡도 냉면 맛을 해치치 않게끔, 과하지 않은 별미로 곁들일만했다. 그러나 냉면집은 냉면이 맛있으면 최고지. 만든 이의 정성과 맛이 입안에 머금어지면 그만이지. 좋은 사람과 다시 들러봄 직한 냉면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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