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3명으로 구성된 정당의 한계를 의식했던 것일까.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결국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를 선언했다. ‘철수가 또 철수 하려느냐’는 비판에 직면할 때마다 지지자들에게 대선 완주를 약속했던 안철수는 이번에도 결국 포기를 선택했다. 어차피 대통령 당선은 물 건너갔으니 기반이라도 확실히 만들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고 손평오 뜻 저버린 안철수, 더불어민주당 "자리 나눠먹기형 야합" 비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지난달 20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책임을 들며 단일화 결렬을 밝힌 지 11일 만에 전격 단일화를 발표했다.
안철수 후보는 단일화 결렬 선언 당시 “고심 끝에 ‘또 철수하려 하느냐’는 비판과 조롱을 기꺼이 감수하면서 더 좋은 정권교체를 위한 야권 후보 단일화 제안에 승부수를 던졌던 것”이라며 완주할 뜻을 분명히 한 바 있다.
특히 선거 유세 과정에서 유명을 달린 동지의 뜻을 반드시 받들겠다는 약속도 허무하게 어기게 됐다.
안철수 후보는 지난달 18일 고(故) 손평오 지역 선대위원장의 영결식에 참석해 “어떤 풍파에도 굴하지 않고 최선을 다함으로써 손 동지의 뜻을 받들고 결코 굽히지 않겠다”라며 대선 완주 의사를 거듭 강조한 바 있다.
안 후보의 이러한 뒤집기 행보에 대해 이재명 대선후보가 몸 담은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졌다.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우상호 총괄선대본부장은 “자리 나눠먹기형 야합으로 규정한다”라고 비판했다. 즉 표심을 모아 차기 정권에서 확실한 자리만큼은 보전하겠다는 의도로밖에 읽히지 않는다고 판단한 셈이다.
우상호 본부장은 이날 서울 민주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막판에 변수가 하나 발생했지만 지금까지 후보와 선대위 전략기조는 유효하다. 유능한 경제대통령 이재명이 다음 대통령으로 적임자다. 이재명 선대위는 차분하게 대응하되 비상한 각오와 결의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 하겠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직 6일간의 시간이 있는 만큼 민주당원과 지지자들의 비상한 결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시민 "권력분점 목표로 이면합의 예상... 단일화 효과 별로"
그동안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탈락을 추측한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이번 야권 후보 단일화 결정에 대해 어떤 입장일까.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3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윤석열·안철수 단일화 효과는 별로 없을 것”이라며 평가 절하했다.
유시민 전 이사장은 “일주일 전 상황에서 이미 (윤석열 후보에게) 갈 표는 다 갔고, 데이터상으로 어느 쪽으로 표가 쏠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던 표심에 대해서는 “반반으로 쪼개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철수 후보에 대해 앙숙처럼 날을 세워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단일화 결정에 대해 "조건 없는 지지선언과 합당 결심 감사하다"라고 자신의 SNS에 글을 남겼다.
그러나 유 전 이사장은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전격 발표 의도에 대해 권력분점을 목적으로 한 선택이었으며 국민의힘 측과 이면합의가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즉 “안 후보가 당선 가능성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권력분점을 선택한 결정이라고 본다. 그냥 국회의원 3명 있는 조그마한 정당인 국민의당이 국민의힘에 흡수돼 사라지는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당연히 이면합의가 있었을 것인데, (구체적인 내용에는) 다양한 게 있을 수 있지만 권력분점(이 핵심)일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권력분점에 대해서는 과거 DJP 연합 당시를 빗대기도 했다.
유 전 이사장은 “김종필 씨가 국무총리를 포함해 내각 절반, 심지어 정부투자기관, 공공기관 인사권 절반까지 모두 가졌다”면서 “이것과 비슷한 합의가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러면서 “제가 안철수 후보 같으면 당연히 총리를 요구할 거다. 공동선언문을 보면 국민통합정부라고 규정하고 첫 번째 키워드가 미래 정부인데 이게 안철수 국무총리 합의 가능성이 매우 많은 레토릭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안철수 지지세는 어디로?
안철수 후보의 선거 완주를 이번에는 볼 수 있을 듯하다는 지지자들의 믿음이 깨졌다. 늘 선거 때마다 부족한 지지세를 이유로 물러나기를 거듭하던 그가 이번에는 정의와 공정, 상식에 기댄 대한민국의 미래를 너무나 확고히 말하고 고인의 뜻까지 받들어 완주하겠다고 했다는 점에서 이변이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더욱이 대선 6일을 앞둔 시점이라 물러섬 없다는 그의 의지는 부동층의 표심을 끌어모을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많았다. 그러나 ‘철수가 철수했다’는 말은 이번에도 돌고 있다.
끝끝내 안철수의 완주를 굴복시킨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아내 김건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은 물론 장모의 사문서 위조 등 눈덩이처럼 커진 가족 일가 비리 의혹을 모두 딛고 청와대에 입성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또한 이번 단일화 결정을 바라보는 표심이 과연 이재명 대선후보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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