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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이야기 y, 강원도 승마장에서 30년 일한 현대판 노예 정팔 씨

돌풀 2021. 5. 21.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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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체가 멀쩡하다고 해서 정신이 꼭 온전히 자유롭지는 않다. 만 평 넘는 승마장에서 약 30년 간 혼자 일해 온 남자 정팔 씨도 자유를 찾아 움직이지 싶지만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궁금한 이야기Y에서 그런 정팔 씨의 사연을 찾아갔다.

 

30년 넘게 승마장에서 혼자 일하는 정팔 씨에게 대체 무슨 사연이?

 

 21일 방영된 SBS 궁금한 이야기Y에서는 강원도에 위치한 한 승마장에서 일하는 현대판 노예 정팔 씨의 사연이 그려졌다.

승마장에서 30년 넘게 일하는 현대판 노예 정팔 씨 - SBS 궁금한 이야기Y 갈무리

황철수(가명) 씨는 강원도의 한 승마장에서 30년간 돈도 받지 못하고 병원에 가지도 못하는 현대판 노예 남자를 꼭 좀 도와 달라며 방송국에 제보했다.

 

철수 씨는 우연히 말 목장을 찾았다가 현대판 노예 정팔 씨를 알게 됐다고 했다. 정팔 씨가 드넓은 목장을 관리하면서 사장에게 CCTV로 감시당하며 일을 한다고 했다. 그저 아름답고 평화로워 보이는 초원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

 

제작진이 목장을 찾았다. 말에게 사료를 주는 중년의 남자가 보였다. 일하는 사람이 단 한 명뿐이라고 했으니 그가 바로 정팔 씨로 추측되었다. 건장한 체격에 단정한 옷차림 뒷주머니에 꽂은 휴대폰까지, 겉으로는 매우 멀쩡해 보였다.

 

제작진은 승마장 손님인 척하며 정팔 씨에게 일상적인 질문을 하면서 접근했지만 별 문제가 없어 보였다. 승마체험을 하러 온 사람들에게 말을 내주는 것도 그의 업무였다. 그를 따라가 대화를 거듭 시도했지만 이상은 없는 듯했다. 그를 반나절 가량 지켜본 결과 만 평 넘는 목장에서 일하는 이는 정팔 씨 혼자뿐이었다.

 

그런 그의 곁에 목장의 운영자 김 씨가 나타났다. 김 씨는 한 편에 자리 잡고 앉아 멀찌감치서 일하는 정팔 씨를 물끄러미 지켜보기만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리를 떴다.

 

김 씨가 이른 퇴근을 하자, 제작진이 일하는 것에 대한 질문을 했지만 정팔 씨는 별다른 불만을 표출하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에게 정팔 씨에 관해 물었다. 주민들은 대부분 정팔 씨를 불쌍하다고 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정팔 씨가 현대판 노예란 소문이 파다했던 것이다. 그가 입는 어떤 옷은 말 타러 온 사람들이 갖다 준 것이라 했고, 정팔 씨가 들르는 마을 어귀 편의점에서는 그가 카드를 긁다 잔액이 부족할 때면 종종 외상을 하기도 했다고 했다.

 

정팔 씨는 손님들이 가끔 팁을 주면 그 돈을 편의점에 가져가 갚고 있었다. 쉬는 날도 없이 목장에서 일을 하지만 제대로 된 임금을 받아본 적은 없었다. 그렇게 수십 년간 착취당한 노동자란 것을 마을 사람 대부분 알고 있었지만 아무도 쉽사리 나설 수 없었다.

 

남보다 못한 가족의 횡포! 승마장 운영자는 정팔 씨의 이복형이었다!

 

정팔 씨를 수십년 째 노예처럼 부리는 김씨와 정팔 씨는 이복형제였다. 형제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에 쉬쉬 하던 사이 정팔 씨에게 여러 차례 도움을 준 이가 있었다. 박민철 씨(가명) 였다.

 

민철 씨가 지켜본 정팔 씨는 형에게 남보다 못한 취급을 받으며 일하고 있었다. 민철 씨는 정팔 씨가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피해가 심각하다고 했다. 이가 빠지고 팔꿈치가 성하지 않는 등 온몸 곳곳이 아파도 병원조차 가지 못한다고 했다.

승마장에서 30년 넘게 일하는 현대판 노예 정팔 씨 - SBS 궁금한 이야기Y 갈무리

친구를 꼭 구해주고 싶다는 민철 씨 말에 제작진은 그의 도움을 받아 정팔 씨를 만나보기로 했다. 민철 씨는 제작진보다 앞서 족발을 산 뒤 정팔 씨와 만나고 있었다. 그가 방송국에서 온 사람들인데 본인이 데려왔다고 하자 정팔 씨는 크게 경계하는 기색 없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정팔 씨는 30년간 목장 한 편에 딸린 숙소에서 식사를 해결해왔다. 올해 나이 48. 미혼인 그는 30년간 일하며 쉬는 날이 없었다. 지난 세월동안 줄곧 형이 일하는 목장에서 일하며 임금을 받기는커녕 형이 관리하는 통장으로 달에 수십만 원씩 용돈을 넣어주면 그것을 쓴다고 했다.

 

형은 목장에 오래 머물지 않지만 CCTV와 휴대전화 위치추적시스템으로 정팔 씨를 감시한다고도 했다. 정팔 씨가 뒷주머니에 꽂은 휴대폰은 수신만 가능한 상태였다.

 

정팔 씨는 내 면허증, 주민등록증도 형이 갖고 있다. (내가) 도망 갈까봐라고 했다.

 

정팔 씨는 신체와 정신이 멀쩡해 보였음에도 왜 형이 통제한 삶에 사는지 의문이었다.

 

정팔 씨는 “(우리 형제는) 엄마가 달라요. 엄마가 옛날에 한 번 찾으러 왔었는데... 내가 확 따라갔었어야 하는데, 버텨서 이렇게 살고 있네라고 했다.

 

정팔 씨는 어린 시절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뒤 인생의 대부분을 이복형과 실질적인 생활을 해왔다.

 

정팔 씨는 초등학교를 중퇴했다. 아직까지 한글을 읽거나 쓰지 못했다. 어려서부터 돈을 버느라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팔 씨는 답답한 적도 많이 있었는데, 형을 어려워해서... 화를 많이 낸다. 뭐 잘못하지도 않았는데 윽 소리 지르고. 나한테 이 XX, XX 욕 한다. 일하다가 안 하면 그 욕이 돌아오더라고라고 했다.

 

그는 본인이 일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큰 소리로 화내는 이복형이 무섭다며 시키는 대로 일을 한다고 했다.

 

민철 씨는 네 거를 찾았으면 좋겠다라고 정팔 씨에게 말했다. 그러자 정팔 씨 역시 나도 찾아서 나 혼자 살아보고 싶어. 진심이야. 여기서 벗어나서 혼자 살고 싶어 나도라고 했다.

 

제작진은 정팔 씨의 이복형 김 씨를 만나보기로 했다.

 

김 씨는 정팔 씨가 30년간 일한 임금을 주지 않은 것 등 제보받은 내용을 전달하자 가족인데 무슨 임금을 주느냐. (통장)잔고 문자가 떨어지면 자기 최소한의 용돈을 5만 원, 10만 원 채워 넣어준다라고 했다.

 

즉 쉰을 바라보는 동생에게 그저 용돈을 준다는 것인데 이에 대한 죄의식은 전혀 없어보이는 태도였다.

 

제작진과 말을 이어가던 김 씨는 순간 “짜증나네”라며 어딘가로 전화를 걸더니 누군가를 오라고 했다. 정팔 씨가 곧 왔다.

 

김 씨는 제작진의 문제제기에 동네 계를 들어 100만 원씩 결혼자금으로 넣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면허증과 정팔 씨 개인 통장, 주민등록증을 형이 가지고 있는 게 맞느냐고 묻자 이에 대해서는 누가 갖고 있는 게 뭐가 문제냐라고 따졌다. 그러면서 치아보험도 들려고 한다. 처우를 개선하려고 하니까 그렇게 알아라라고 했다.

 

정팔 씨 가스라이팅당한 수준... 심경 변화로 방송국 도움마저 거절 안타까워

 

다음 날 정팔 씨와 대화를 하기 위해 제작진이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정팔 씨는 지금 그거 안 하려고 한다. 집도 있고, 땅고 있고 해서... 나중에 승마장 성공하고 나면 다 내 앞으로 올 텐데... 집에서 떠나지도 못하고라며 심경의 변화를 보이더니 결국 방송국의 도움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

 

민철 씨는 몇 해 전 목장을 벗어나고 싶다는 정팔 씨에게 새 일자리를 구해주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정팔 씨는 다시 목장으로 돌아갔다.

민철 씨는 그런 식으로 길들여진 거다. (형이) 더 있으면 승마장 자기(정팔 씨) 거라고 (말하면 심경을) 바꿔버린다라고 했다.

승마장에서 30년 넘게 일하는 현대판 노예 정팔 씨 - SBS 궁금한 이야기Y 갈무리

정팔 씨 형수도 김 씨와 똑같은 태도였다. 그는 제작진에게 뭐가 심각한 일이냐. 가족이다라며 문제의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묻지도 않은 사정 이야기를 시작했다.

 

형수는 시아버지, 시어머니가 딱 물려준 거라고는 향나무 궤짝 하나였다. 이걸 갖다가 우리 삼촌과 신랑이 (현재 목장을) 일군거다”라고 했다. 이어 삼촌이 나이 먹어서 누가 관리하느냐. 삼촌 관리를 우리 애들이 할 거 아니냐. 보험도 들어놓았다라고 덧붙였다.

 

즉 정팔 씨의 조카들이 정팔 씨의 노후를 챙겨준다는 주장이었다.

 

제작진은 김 씨가 정팔 씨 앞으로 들어놓았다는 보험이나 적금 등을 확인하고 싶었으나 불가능했다.

 

정팔 씨 형수는 불쌍하시면 PD님이 우리 삼촌 데리고 가라면서 사정이 딱하면 데려다 일하라라고 당당한 기세였다.

 

그들은 정팔 씨를 가족으로 생각하기는 한 걸까. 대체 정팔 씨는 왜 목장에 남겠다는 걸까.

 

김미영 가정문제상담소 소장은 형의 통제력에 익숙한 동생의 의존성으로 볼 수 있다. 새장의 새는 문을 열어줘도 날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환경에 익숙한 거다라고 했다.

 

이어 가스라이팅이 발견되는 부분인데 너 나가봐 살 수 있는지’ 봐 식의 심리적 위축이 된 거라면서 자기 삶을 주체적으로 끌어가지 못한, 심리적으로 미성년자와 같은 모습으로 보인다라고 정팔 씨를 진단했다.

 

김미영 소장은 동생이 어려서부터 아버지 대신 형이 본인을 돌보면서 보호자와 피보호자라는 인지 왜곡이 생긴 것 같다라고 판단했다.

 

정팔 씨는 제작진과의 만남을 계속 피했다. 그러나 피해자가 직접 문제제기를 하는 것밖에 그를 구해낼 묘안은 전혀 없는 상태다. 그가 용기를 내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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