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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14

요양병원을 나와 '사과빵'을 외치다!

지난 1월, 요양병원에 장기 입원 중이신 할머니를 모시고 안동으로 향했었다. 거동을 못한 상태로 지낸 지 3년 여. 오랜만의 외출임에도 그녀는 안동휴양림 방문을 한사코 마다하셨었다. 몇 시간을 달려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겠지만 자식과 손주들이 불편할까봐 고개 젓는 마음임을 모를 리가 없었다. 여든을 훌쩍 넘긴 노인은 많이 달라졌다. 과거 대장부처럼 다부지던 목소리는 기운을 잃었고 총명하던 눈빛은 희미해진 시력과 잦아진 눈물 탓에 꽤나 슬퍼 보이기까지 했다. 할머니만 괜찮으시면, 자식 손주들은 괜찮답니다! 휠체어를 차에 싣고 결국 할머니의 시골여행을 감행했다. 안동호가 바로 보이는 휴양림에서의 2박3일. 그녀는 자주 웃었고, 잘 드셨다. 화장실 변기에 직접 가서 앉지 못한다는 사실이 인간을 얼마나 굴욕적으..

일상/맛 2020.06.09

보리수나무 열매와 검정에 관한 이야기

장롱면허를 탈출하기 위해 도로에 나선 지 한 달여. 이제는 후진연습이야! 한산한 장소가 필요했다. 아버지는 얼마 전 한 시골 마을로 운전연습 코스를 정해주셨다. 늘 처음이 두려운 법이지. 하지만 난 할 수 있다! 초조한 마음을 몇 번의 심호흡으로 가다듬었다. 사이드미러 양쪽을 잘 봐가며 룸미러와 후방카메라 액정까지 잘 확인하면서 천천히 연습했다. 시골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뒤로 뒤로~ 좁은 길을 따라 뒤로 뒤로~ 어라? 하다 보니 그리 어렵지는 않구나. 후진감이 그리 떨어지지는 않는 모양? 하긴 첫 후진주차부터 주차장 내 구역에 한 번에 쑥쑥 잘 집어넣었더랬다. 한 시간 정도 거듭되는 연습을 한 뒤 아버지는 어느 산책로 입구에 차를 멈추게 하셨다. “파리똥 먹어봐라.” 파리똥을?! 요즘 옆 사람 얘기를 ..

일상/맛 2020.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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