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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14

덥고 습할 때 냉면~, 고복수냉면 첫 방문

"고복수냉면네 들를 만하네! 맛있어." 냉면을 자주 먹지는 않는다. 찬 음식을 먹고 나면 열기가 싹 가셔서 좋다기보다 속이 불편할 때가 많아서였다. 시중에 널린 평양냉면집에는 그리 시선이 잘 가지 않는 이유였다. 그러고보니 우리 가족은 외식을 하더라도 중국집은 자주 갔어도 냉면집은 들른 기억이 거의 없다. 물론 이런 나라지만, 숙대 오복냉면처럼 정말 다시 들르고픈 냉면 맛집이 있기는 하다. 지난 여름 처음 찾았다가 이후에 한 번 더 들렀을 땐 장소를 이전한다는 알림천이 붙은 걸 보고 내심 아쉬우면서도 이 집의 흥함이 괜스레 좋았던 기억이 난다. 아직 오복냉면 옮긴 장소는 찾아가보지 않았지만 팔꿈치가 안 좋으신 건지 보호대를 한 채 저녁 마지막 손님을 맞던 사장님 부부의 모습을 기억한다. 두 사람이 조리한..

일상/맛 2020.08.05

술과 함께, 비오는 날 생각나는 '기름골뱅이'

남영동 열정도 거리를 좋아한다. 용산구 금싸라기 빌딩숲에 둘러싸인 채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한 이곳은 마음을 푸근하게 한다. 대부분 오래된, 키작은 건물이 오밀조밀 모인 열정도는 지방 소도시 골목 같다. 촬영용 세트장 같기도 하다. 나에게는 때때로 커피 한 잔, 밥 한 끼, 소주나 위스키, 와인과 치즈를 즐기기 좋은 쉼터이기도 하다. 가끔 뜨끈한 국물이 생각날 때면 나베집, 얼큰한 맛이 그리우면 낙지집을 들르기도 한다. 이 거리는 비가 올 때면 가장 좋다. 특히 번뜩 생각나는 한 곳이 있다. 거리 중간 즈음, 한두 사람 겨우 지나갈 만한 좁은 골목길에 위치한 '기름집.' '기름집'이라고 하면 참기름이나 들기름이라도 짜는 곳인가 싶지만 그저 술집이다. 한쪽 공중 구석에 매달린 낡은 텔레비전 화면에서는 은..

일상/맛 2020.07.15

매실 씨 수월하게 빼는 법!

해마다 매실청을 담근다. 숙성된 매실액을 통에 담아두었다가 주로 지인들에게 나누어준다. 식구들이 먹는 건 정작 얼마 되지 않는다. 90%에 달하는 매실청을 나누어주곤 하는데 하나도 아깝지가 않다. 재작년엔가. 아빠가 보내주신 매실액 한 박스를 보관하고 있다가 지인들에게 나누어주기로 했다. 1.8리터 페트병 다섯 개, 백팩에도 두 개를 더 넣었다. 총 일곱 병의 매실액을 나르는 건 문제 되지 않았다. 당시 난 힘이 아주 넘치는 뚜벅이였으니까. 여름이라 좀 덥다는 게 신경쓰였다. 백팩을 메고 캐리어를 끈 채 상수동 친한 언니네 가게로 향했다. 엘리베이터 없는 지하철 출입구 계단을 내려갔다. 캐리어를 읏짜, 하고 드는데 꽤 묵직했다. '까짓 거 저 아래까지만 잘 들고 내려감 되지... ' 무겁긴 무거웠던지 퓨..

일상/맛 2020.07.09

여름별미, 서리태 콩국수 맞나? 맛나!

엄마는 어제 하루 꼬박 서리태를 불려놓으셨다. 이튿날 콩국수를 해 먹기 위해서였다. 주말이지만 코로나19로 외출을 자제하는 요즘이라 있는 재료로 만들어 먹자 해서 선택한 서리태 콩국수! 오늘 오전에는 콩을 삶아서 껍질을 한 알 한 알 모두 벗겨내셨던 모양이다. 콩을 믹서기에 곱게 갈고보니 연둣빛이 살짝 감도는 콩물이 완성되었다. 그걸 곧장 냉장고에 넣어놓았다. 엄마는 열심히 국수 면발을 삶으셨다. 적당히 익은 면발을 얼른 찬물에 식혔다. 처음에는 뜨거우니까 젓가락으로 몇 번 저어주어야 했다. 이후 손으로 치덕치덕! 물기를 꾸욱 짜서 두 개의 그릇에 담았다. 드디어 콩국수의 핵심인 걸쭉한 서리태 콩물 투하! 침이 금세 고였다. 오이채를 올려야 하는데 장을 보지 않아서 고명할 만한 게 없었다. 그나마 찾아낸..

일상/맛 2020.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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