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프린세스' 선정성 논란, 'N번방 사건 이후에도 소아성애 타깃?'

 모바일게임 ‘아이들프린세스(IDLE Princess)’를 둘러싼 선정성 논란이 뜨겁다. 지난달 17일 출시된 ‘아이들프린세스’는 수양딸을 키워 전투에 나서는 것을 주요 스토리 라인으로 한다. 구체적으로, 타 세계의 정령 여왕의 딸 ‘오를레아’와 함께 40여 종의 정령을 수집하고 키우면서 세상을 정화해 나간다는 게 게임 스토리의 골자다.

 

제작사 아이앤브이게임즈가 밝힌 ‘초보 아빠와 딸의 좌충우돌 모험’이라는 굵직한 한 줄은 1990년대 ‘딸을 키운다’는 콘셉트로 인기를 모은 ‘프린세스 메이커’를 연상하게 한다. 하지만 15세 이상 게임 이용 등급이라는 ‘아이들프린세스’에는 8세부터 18세까지 딸을 키우는 과정에서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을 만한 선정적인 대사와 삽화가 등장한다.

 

게임 속 초등학교 1학년 나이 대 아동이 가슴이 부각된 의상을 입고, 치마를 터치할 때는 “치마 넘겨보지 마!”라고 말한다. 그 나이 때의 여성 아동은 누군가 처음으로 치마를 들춰보는 장난을 시도하지 않았다면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잘 알지 못하기 마련이다.

 

게임 속 정령 캐릭터들은 가슴을 한껏 모은 몸짓으로 “이건 특별한 위로”라고 말하는가 하면 “내 팬티가 그렇게 보고 싶으냐”라고 묻는다. ‘치마를 넘겨 본다’는 것이나 ‘위로’라는 말에는 아동과 여성을 관음과 성적 소모품으로 대하는 인식이 게임 안에 오롯이 드러났다고 밖에는 이해되지 않는다. “아빠랑 목욕하고 싶어”라는 딸의 말에 ‘같이 목욕을?’, ‘평범한 아빠였으면 딸이랑 목욕 정도는 같이 하겠지?’라는 지문 역시 아빠로서가 아닌 금단 너머의 욕망을 지닌 이의 심리가 개입됐다고 밖에는 해석되지 않는다.

 

이밖에 게임 속 곳곳에서는 딸과 정령들이 야한 의상을 입은 채 부끄러운 표정을 짓고 "오빠, 만지고 싶어? 잠깐이라면 괜찮아"라고 말하는 등 낯부끄러운 장면이 거리낌 없이 표출된다. 이게 15세 등급의 단순 모바일게임인지, 소아성애자들을 타깃으로 한 게임인지 헷갈릴 정도다.

 

아동을 성적 소재로 소모하는 발상과 가벼운 웃음거리로 전락하도록 만드는 게 얼마나 위험한 지 우리는 N번방 사건을 통해서도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 불과 지난해부터 올해에 걸쳐 드러난 사건이기 때문에 충격의 여파가 채 끝나지도 않았으며 여전히 사건 가해자들의 재판이 진행 중이다.

 

텔레그램, 라인, 위커 등 메신저 앱을 이용해 ‘스폰 알바’를 모집한다는 유인글로 피해자를 끌어들여 나체사진을 받고 이를 미끼로 성착취물을 찍은 디지털 성 착취 사건.

 

N번방, 박사방 등 성 착취 사건을 둘러싼 세간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텔레그램 N번방 성 착취 사건의 피해자 74명 가운데 16명이 아동 청소년으로 드러났다. 아동 음란물까지 거리낌 없이 업로딩하고 수많은 유저가 공유했다는 사실에 전 국민의 공분이 들끓었다.

 

가해자들은 사진과 신상정보까지 공개된 피해자들을 ‘노예’라고 불렀다. 수많은 네티즌은 음지의 방에서 피해자들을 마음껏 유린했다. 오프라인 상으로 피해자를 만나 성폭행과 촬영까지 이루어진 사례도 있었다. 그 결과물을 음란물 사이트에 업로딩 하는 등 여성과 아동을 바라보는 이들의 끔찍한 수준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여성을 상대로 한 ‘지인 능욕’ 사건 역시 여성과 아동을 비롯한 약자의 권리를 약탈하고 희화화한 가해자들의 저질스럽고 역겨운 수준이 공개된 사례였다.

 

지난 2월부터 3월에 걸쳐 N번방 최초 운영자인 문형욱(갓갓), 공범 안승진, N번방 승계받은 신 모(켈리) 씨, 박사방 운영자인 조주빈(박사), 공범인 강훈(부따), 이원호(이기야), 이 모(태평양) 씨 등 일당이 검거되었다. 특히 조주빈은 손석희 JTBC 사장과 가족을 상대로 위협해 금품을 요구했고, 윤장현 전 광주광역시장에게 접근해 사기 행각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고담방 운영자 전 모(와치맨, 38세 회사원) 씨와 제2 N번방 운영자 배 모(로리대장태범, 10대)씨도 체포되었다. 불법 영상을 내려받고 2차 유포한 가해자 등도 검거 대상이었다. 이들의 재판은 현재 진행 중이다.

 

   아동 성착취 동영상 ‘웰컴투비디오’ 손정우 징역 1년 6개월... 다운로드 한 미국 남성 15년 선고   

 

 우리나라의 여성 및 아동 성범죄를 바라보는 인식은 아직 안이하기만 하다. 생후 6개월의 신생아부터 아동 등 광범위한 여성 상대 성착취 동영상을 유통했던 '웰컴투비디오' 사이트의 운영자 손정우 사건만 봐도 그렇다. 손 씨는 2015년부터 3년 여 기간 동안 아동 음란물 사이트를 운영하며 4억 원이 넘는 수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아동 성범죄에서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최소 10년에서 30년 이상 법의 최고형을 선고하는 다른 나라들과 달리 손정우는 우리나라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나이가 어리고 부양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손 씨를 징역 1년 6개월에 처한 법원의 판단에 국민들은 국민청원 사이트로 몰려가 재판부를 규탄하며 미국 강제송환을 요구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손정우가 운영한 사이트에서 음란물을 내려받은 미국 남성은 15년 형을 선고받았다. 해당 사이트에 아동 음란물을 올린 영국 남성은 징역 22년을 선고받았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발표한 동향 분석 보고서를 살펴보면, 아동·청소년 성착취 영상물을 제작한 성범죄자의 평균 형량은 징역 3년 2개월에 불과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아동·청소년 음란물 소지와 관련한 21건의 사건 가운데 실형은 5건, 집행유예 9건, 벌금형은 7건이었다.

 

각종 추악한 여성·아동 상대 성착취 사건이 잇따르면서 여론이 악화되자 법조계에도 늦게나마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검찰은 아동과 청소년 관련 음란물을 찍으면 최소 5년 이상을 구형했으나 바뀐 기준에 따라 최소 7년, 조직적으로 이루어졌다면 최저 15년에서 무기징역까지 구형할 수 있다.

 

음란물 영상 소지나 유포한 행위에 대해서도 처벌이 강화된다. 아동 청소년 성착취 영상을 내려받고 영리 목적으로 유포하면 징역 2년에서 바뀐 최소 7년으로 구형된다. 단순히 영상을 가지고 있었다면 무죄였지만 이제는 다르다. 영상 소지 시 벌금 500만 원 이상에 처해지고, 재범으로 드러나면 징역 6개월 이상 구형될 수 있다. 영상을 소지한 게 영리 목적으로 파악되면 구형량은 징역 2년 이상으로 높아진다.

 

여성과 아동을 상대로 한 성착취 사건에 안이한 인식이 반복되어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면 또다시 많은 피해자가 생길 수밖에 없다. 피해자가 자살하도록 방조한 웹하드카르텔 문제나 소라넷, 웰컴투비디오, 텔레그램 N번방 사건에 이르기까지 여성과 아동을 성적으로 소모하는 걸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비도덕적인 상술로 여성 아동을 소비하는 ‘아이들프린세스’ 게임 역시 절대 가벼이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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