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운전

우천 시 운전, 폭우 시 고속도로 주행이라면?

돌풀 2020. 8. 5.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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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길은 초보운전자에게 두려움의 주행코스!

몇 차례 거센 비가 내리는 고속도로를 달려본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무서웠지만 그때의 경험은 나름 이후 주행에 안정감을 조금 쌓아준 듯했다, 라고 생각했던 거지. 

 8월 1일, 이날 휴가를 가기로 대동 단결한 국민들처럼 고속도로는 휴가차량이 줄지어 선 듯 느림을 겨루는 장이 되고야 말았다. 보조석에 자리한 어마마마가 핸들을 잡았어도 주행 연습은 맘 편히 했을 만한 20 ~ 30Km/h 거북이 속도. 난 그렇게 승자도 패자도 없는 경주를 3시간 30분 동안이나 하며 정안알밤휴게소에 도착했다.

 

세상에나, 이미 목적지에 도착했을 시간인데...

이게 뭔 장날이라니. 이게 뭔 설날인겨!

Pixbay

 

장마의 끄트머리라 생각해서인지 빗발도 약할 거라 생각했는데, 정체로 인한 인내심 훈련만큼이나 이날은 폭우 속 주행 트레이닝까지 호되게 했다. 휴게소에서 치즈 핫도그와 음료로 빈속을 달래고 출발한 뒤 본격적인 최악의 상황이 시작되었다. 가는 내내 길고도 사나운 폭우를 만나 시야 확보가 어려웠다.

 

 '괜찮아, 침착해. 와이퍼를 비의 세기에 맞는 단으로 조절해 맞춰두면 되지. 비록 발수코팅제를 사이드미러에 뿌리지 못했지만, 리어나 프론트 버튼도 적절히 사용하고. 에어컨은 당연히 켜 두어 습기를 제거하면서 가는 거야. 폭우에선 비상등 켜고 달리는 센스도 발휘해보는 거얏!'

 

“물 고인 웅덩이에서는 차량 핸들이 휙 틀어질지 모르니까 조심해라.”

 

목적지에서 기다리시는 아버지의 전화 상 신신당부를 곱씹자 핸들 쥔 손에 절로 힘이 들어갔고, 그러한 구간은 점차 늘었다.

생각해 보면, 대한민국 남단으로 발길 닫는 곳마다 국지성 호우란 호우는 모두 만나고 가는 듯했다. 어쩜 이래? 웃음이 났다. 도로가 막히다 뚫리기를 반복했고, 와이퍼는 최고 속도로 팔을 흔들며 물줄기를 밀어냈다.

 

난 긍정적인 편에 속하는 사람이잖니.

세차 타이밍이었는데 잘 됐다!

손톱만큼 자잘한 벌레똥, 흰 누런 새똥 스폿, 미세먼지나 시원하게 씻어주라!

가만, USB에 미스터 트롯 노래를 담았는데...

 

임영웅, 영탁, 이찬원, 장민호, 김호중, 김희재, 정동원... 이들의 뽕끼가 차례로, 랜덤으로 차안을 메우기 시작했다. 엄마는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고, 나 역시 흥얼대다 우리는 점차 목청을 한껏 돋우는 경지에 이르렀다.  둘 다 음치라는 점에서 이러한 노래는 타인이 듣기에 발악에 가까웠을지 모른다.

 

상관없었다. 핸들만 잡지 않았더라면 박수라도 치면서 언제까지 어깨춤을 추게 할 거냐고 도취됐을지 모를 트롯맨들의 열정, 열전의 무대! 화려한 조명이 감싸주지 않는 공간이어도 트로트는 그렇게 귀호강을 시켜주며 정체의 지루함을 상쇄시켰다.

 

서울에서 출발한 게 오전 11시. 목적지에는 오후 6시가 넘어서야 주차하면서 장장 7시간에 가까운 나의 호우 속 주행은 마무리되었다.

 

살았으니 된겨!

 

식구 모두 모여 밥상 앞에 앉았다. 오랜만의 한 자리였다. 부족한 잠에 오랜 주행 때문인지 갑자기 쏜살처럼 온몸에 피로감이 꽂히는 느낌이었다. 밥 뜬 숟가락을 입에 넣지도 못한 채 입술을 뗐다.

 

“누가 떠먹여줬음 좋겠네.”

“엄마가 떠먹여주리?”

 

받아먹다 두고두고 피로해질 듯하여... ㅎㅎㅎㅎ

초보운전자 주행 실전! 배운 대로 써먹고 폭우 속 주행을 버틴 이날의 경험이 언젠간 더 두터운 안정감이 될 테지. 필히, 그러리라 믿는다. 아, 다시 비 온다. 내리다 그치다, 꽂히다 말다를 반복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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