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최근 '멸공' 발언을 연거푸 내놓아 정치권에서나 신세계그룹 주가에도 큰 영향을 끼쳐 '오너 리스크'가 현실화된 분위기다. 신세계그룹 불매운동까지 거론되고 있어 소비자들의 기업 외면도 가시화될 위기다.
정용진 부회장 "멸공!", "넘버원 노빠꾸", 나경원도 '일베 놀이' 인증?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최근 음료 사진과 함께 '멸공(공산주의·공산주의자를 멸하다)'이란 글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인스타그램 측에서 사진을 삭제하자 정 부회장은 지난 6일 중국 시진핑 주석 사진이 포함된 기사를 갈무리해 올리면서 불쾌한 심경을 드러냈다.
해당 기사는 ‘안하무인 중국에 항의 한 번 못해’ 라는 것으로 중국의 무례함을 지적하는 내용인데 이것이 다시 논란으로 떠오르자 정 부회장은 게시물을 삭제했다.
이후 정 부회장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진과 함께 "나의 멸공은 중국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나는 남의 나라가 공산주의던 민주주의이든 일말의 관심도 없는 사람”이라며 “나의 멸공은 오로지 우리 위에 사는 애들에 대한 멸공”이라고 인스타그램에 의견을 밝혔다. 즉 중국이 아닌 북한을 겨냥한 발언이었다는 취지다.
정 부회장을 향한 언론의 관심이 이어지는 가운데 그는 지난 9일에도 케이크 사진과 함께 '넘버원 노빠꾸'라는 글을 올렸다. ‘멸공’ 발언을 철회하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정 부회장의 멸공 논란이 보도되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일침을 가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21세기 대한민국에 숙취해소제 사진과 함께 '멸공'이란 글을 올리는 재벌 회장이 있다”면서 “거의 윤석열 수준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정 부회장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조국 전 장관의 트위터 게시물을 갈무리해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뒤 '리스펙'이라고 했다. 이는 비아냥거림으로 풀이되었다.
정 부회장의 ‘멸공’ 논란에서 바턴을 받은 것은 국민의힘 측이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신세계 이마트에서 멸치와 콩을 구입하는 사진을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그러자 온라인상에서는 정 부회장의 ‘멸공’을 지지하는 의미로 풀이하며 날 선 비판이 쏟아졌다.
네티즌들의 우려에도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멸공’ 논란을 마치 인증놀이로 삼는 몰지각한 인사들이 등장해 사안을 더욱 심각하게 만들었다.
대표적으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멸치볶음과 콩조림을 놓고 아침식사하는 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오늘 저녁 이마트에서 멸치, 콩, 자유시간. 그리고 토요야식거리 국물떡볶이까지. 멸공! 자유!"라는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올렸다. 같은 당 출신인 김진태 전 의원, 김연주 상근부대변인, 김병욱 의원 등도 '멸공' 놀이에 가세했다.
이들은 '멸공' 인증이 마치 챌린지인양 합세한 모습인데, 외교와 국익은 안중에도 없는 저질 정치인들의 한계와 바닥을 보여준 것이나 다름없다는 점에서 매우 이기적이고 한심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일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윤석열 후보는 여수 멸치를 들고 있는 사진을 SNS에 올리며 멸공이라고 했는데 멸공은 공산주의자를 완전히 다 없어지게 한다는 뜻으로 반공과는 차원이 다르다"라고 지적했다.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은 "(멸공은)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건데 남들 귀한 자식들은 다 군대로 보내고 본인은 안 갔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 부회장이 대입 때 키 178㎝, 체중 79㎏이었는데 몇 년 뒤 신체검사를 받을 때 체중이 104㎏이었고 당시 면제 기준은 103㎏이었다. 면제를 받기 위해서 체중을 불린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정 부회장의 인스타그램 활동에 대해서도 "삼성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라이벌 의식 때문에 과속을 하는 것 같다"라며 한 취재원의 언급을 인용해 밝히기도 했다.
이에 정 부회장은 이에 “군대 안 갔다 오고 6·25 안 겪었으면 주둥이 놀리지 말라는데 그럼 ‘요리사 자격증 없으면 닥치고 드세요’ 이런 뜻인가”라며 “내가 직접 (북한) 위협을 당하고 손해를 보는 당사자로서 당연한 말을 하는데 더 이상 어떤 자격이 필요한지 모르겠다”면서 인스타그램을 통해 불쾌감을 드러냈다. 특히 “군대 다녀오면 남의 키, 몸무게 함부로 막 공개해도 되나? 그것도 사실과 다르게”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용진 부회장의 멸공 발언은 신세계그룹의 중국 내 화장품 사업은 물론 면세점 경영에도 영향이 미치지 말란 법이 없다. 기업 오너의 이러한 발언은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뿐만 아니라 베트남, 라오스를 포함한 동남아시아 사업 유치 및 운영에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가벼운 언사에 해당한다.
윤석열, 여수멸치로 '멸공 챌린지'?, 호남 민심 '왜 하필... 부글부글'
윤석열 후보가 올린 게시물이 단순한 장보기나 익살 섞인 그림으로 비치지 않았다는 판단 때문인지 호남 민심에서는 불편한 기류가 읽힌다. 여수와 순천을 오간 국민의힘 측 인사의 진의마저 희석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앞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전남 순천시에 위치한 여순사건 위령탑을 찾아 참배한 바 있다. 하지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 8일 이마트에서 구입한 여수멸치 사진이 노출되면서 ‘멸공’ 논란은 호남 민심에 찬물을 끼얹는 효과를 준 모양이다.
윤석열 후보는 8일 이마트에서 '달걀, 파, 멸치, 콩'이라는 해시 태그를 붙여 여수 멸치와 약콩 구입을 인증했다.
이에 김용민 의원은 "여수는 여순항쟁 때 반란군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1만 명이 넘는 민간인 학살이 자행된 아픈 역사가 있는 곳"이라며 "대통령 후보라는 사람이 국민을 통합하기는커녕 아픈 역사를 건드리면서 국민을 갈라 세우는 장난질을 하고 있다"라고 직격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철없는 멸공 놀이를 말려도 시원찮을 판인데 따라 하는 것은 자질이 의심된다"면서 "김종인 전 총괄 선대위원장 체제에서 중도의 길을 걷나 했더니, 나경원 전 원내대표와 대놓고 일베 놀이를 즐기면서 극우보수의 품으로 돌아간 듯하다"라는 말로 윤석열 후보를 맹비난했다.
여순 사건의 유족과 시민사회도 불쾌함을 여실히 드러냈다. 여순 10·19 사건 범국민연대회의 최경필 사무처장은 CBS 노컷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여수와 순천을 세 번이나 다녀가고 여순 특별법 통과에도 협조하면서 국민의힘이 여순사건에 대해 진정성 있는 면이 있다고 봤다"면서 "여순사건 유족들도 이 대표와 자주 만나면서 국민의힘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가져왔다”라고 했다.
그런데 “윤석열 후보가 저런 식으로 행동하면 그동안 했던 행동이 가식적으로 느껴질 것"이라면서 "여수멸치 논란을 바라보는 유족의 입장은 오죽하겠느냐"라고 지적했다.
‘멸공’ 이어 '멸코'라고? 눈치 없는 정용진과 '불매운동' 등장에 신세계 주주들 속 터져...
정용진 부회장은 ‘멸공’ 논란에 콧방귀라도 뀌듯 10일에는 ‘멸코’ 즉, "코로나를 박멸하자"라고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올렸다.
정 부회장은 "오늘 오뚜기 '순후추 라면'을 먹었다. 매운 것 못 먹는 나로서는 강추다"라면서 ‘멸코’ 해시태그를 붙였다.
정치권 내 여야 공방과 호남 내 여론 악화, 국민의힘 내부에서조차 자제 목소리가 나오고, 신세계그룹 주주들의 성토가 잇따르는 중에도 정 부회장만 홀로 자유로운 모습이다.
온라인상에서는 정용진 부회장을 향해 ‘나대지 말라’거나 ‘군대나 가라’, ‘관종’이라는 비아냥이 쏟아진다. 특히 ‘오너리스크가 상당하다. 나대지 말고 조용히 있어라. 주가 쭉쭉 빠지는 소리가 들린다’라는 성토글도 보인다.
일부 소비자들은 스타벅스와 노브랜드 등 신세계 사업 내 일부 브랜드들을 열거하며 불매운동을 시사해 주주들의 속만 새카맣게 타들어가는 분위기다.
그도 그럴 것이, 10일 기준 신세계 주가가 전 거래일보다 6.80% 뚝 떨어지고 신세계인터내셔날도 장중 52주 신저가를 다시 쓰며 5.34% 하락하는 등 신세계그룹 계열사 전반에 정용진 ‘멸공’ 발언으로 인한 오너리스크가 드리웠다는 분석이 짙다.
‘멸공’ 발언이 촉발한 오너리스크 여파가 점점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정용진 부회장은 발언에 변화가 생길지 이목이 집중된다.
이날 오후 신세계그룹 고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더 이상 '멸공' 관련 발언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는 사실을 밝혀 기사화되기도 했다.
다수의 팔로어를 보유한 신세계그룹 오너라는 점에서 정용진 부회장은 언사의 무게와 파장을 염두에 두고 정신을 가다듬어야 할 듯하다. 생각의 다름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그것이 국익을 저해한다면, 또 누군가에게 해악을 주는 표출이라면 단순히 책임에서 자유로운 의견 개진으로만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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