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사회생활을 했다는 김현우(가명) 씨.
그는 택시운전, 공사판, 조선소 등을 거치며 안 해 본 일이 없을 정도로 일해 돈의 소중함도 알고 악착같이 살아왔다.
그가 생각하기로 인생의 보상이라도 된 건지, 빛처럼 다가온 여인이 있었다.
MBC 실화탐사대 27일자 방송에서는 재산이 2천100억이라는 '재벌가 막내딸의 비밀'이 파헤쳐졌다.
3년 전 SNS에서 수빈(가명) 씨와 만나 운명 같은 사랑을 시작한 남자 현우 씨.
그는 수빈 씨가 “엄마가 돈 줄 거니까 일 하지 마, 좋은 것만 해” 라며 장밋빛 앞날을 얘기했다고 했다.
수빈 씨는 팔이 아플 정도로 한 번에 3천에서 4천만 원어치 쇼핑을 하기도 하는 등 씀씀이가 남달랐다.
현우 씨를 향한 애정표현도 남달라 수빈 씨는 자신의 집안의 미래를 그에게 맡길 계획도 전했다.
그녀는 “첫째 오빤 망나니라 오빠한테 많은 걸 맡기려 한다”면서 “집안을 책임져 달라”라는 말도 건넸다.
두 사람의 결혼이야기가 오가고 그녀와 함께 남자는 초호화 타운하우스 등을 보러 다니기까지 했다.
앞날이 너무 거창해진 나머지 남자는 머리가 하얘질 지경이었다.
수빈 엄마는 메시지 상으로 처음에는 “너한테 들어갈 돈 300억 된다”라고 하더니 이후 ‘500억 된다’, ‘1100억 원 보내준다’라고 하는 등 아예 정신을 못 차리게 했다.
마지막에는 무려 ‘2100억을 준다’라고까지 했다.
남자가 듣기로 수빈모의 재산이 1조 원가량이 있다면 분명 유명할 텐데 인터넷에 아무리 검색해도 수빈모의 이름은 뜨지 않았다.
수빈 씨는 남자에게 자신의 엄마가 청와대 만찬에 초대됐다고도 했다.
현우 씨는 제작진에 “청와대에 식사자리가 있대요. H건설이며 유명한 회장들과 문재인 대통령이 같이 식사자리가 있다고...”라고 전했다.
그런데 현우 씨는 이후 수빈모에게 “청와대에 언제 가느냐”라고 물었지만 청와대 일정은 열리지 않았고, 돈을 보낸다는 시점에도 정작 수중에 들어온 것은 없었다.
사실 현우 씨와 수빈모는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 그저 메신저로만 대화를 나눠왔다.
수빈모는 돈을 주기로 한 시기, ‘필리핀 공항인데 결항됐다’, ‘흑산도 배에서 일하는 외국인 애가 없어져서 찾아야 된다’ 등 온갖 핑계를 늘어놓았다.
수빈 씨를 최근까지 만나왔다는 또 다른 남자 태준(가명) 씨를 실화탐사대 제작진이 만났다.
그는 예정대로라면 올해 3월 수빈 씨와 결혼했을 테지만 파혼했다.
수빈 씨와는 사귄 지 2주 만에 결혼 말이 나왔다는 태준 씨.
태준 씨 말에 의하면, 흑산도 홍어잡이 어선의 90%가 수빈의 아버지 소유였다.
수빈모는 수빈 씨 통장에 8억 원을 넣어주었고, 이게 계속 늘어나 20억까지 현금을 입금했다며 부를 자랑했다.
그런데 두 사람의 상견례 날이 코앞으로 다가온 시기, 수빈모를 직접 만나기 어려웠다.
결국 결혼식을 잡고 상견례를 잡았는데도 밀렸다.
의심의 불씨가 커져갈 때쯤 태준 씨는 그녀의 어머니를 직접 만날 수 있었다.
수빈모는 메신저에서 나눴던 대화 분위기와는 너무도 달랐다. 표현이 어눌하고 자신이 언급한 내용을 모르는 듯 대답만 하는 듯했던 것이다.
수빈과 수빈모를 향한 의혹은 더 커져만 갔고 어느덧 생각은 수빈이 1인 2역을 한 것으로 기울었다.
결국 태준 씨는 결혼 3일 전 계획을 엎고 말았다.
태준 씨는 수빈모에게 전화를 걸어 “어머니가 2100억을 주겠다고 한 게 맞느냐?”라고 물었다.
수빈모는 “내가 미쳤냐, 2100억을 어디 있다고 주게. 그것을 믿었냐. 내가 심장이 벌렁벌렁하고...”라고 대화 내용을 부인했다.
한 전문가는 메시지 대화 내용을 분석했다.
수빈의 대화나 수빈모의 대화에서 내용이나 글쓰기 패턴, 띄어쓰기 부분들을 종합해 보면 동일인이 작성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녀의 1인 2역 가능성이 짙어진 것이다.
김현우 씨에게 언급한 수빈모의 청와대에 식사자리, 홍어잡이 어선의 90%가 아버지 소유라는 점 등 모든 내용은 가짜였을까.
실화탐사대 제작진은 먼저 청와대 관계자에게 의혹을 확인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만찬이라고 하면 공개되어 검색이 가능하다”라고 했다.
제작진은 홈페이지를 검색해봤지만 수빈모가 말한 만찬 일정은 없었다.
흑산도 수산과 측에 확인해 보았으나 수빈이 말한 아버지 이름은 어디에도 없었다.
재력가처럼 돈을 쓰고 다닌 그녀는 대체 돈이 어디에서 난 걸까.
한 미용실 직원은 그녀가 매일 오다시피 했고 적어도 이틀에 한 번 씩은 왔다고 했다.
한쪽에선 VIP처럼 돈을 펑펑 쓰고 다닌 그녀가 다른 쪽에선 집에 갈 차비가 없다며, 미용실 직원에게 10~20만 원 빌린 뒤 잠적하기도 했다.
심지어 월세를 빌리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베일에 싸인 그녀의 정체는 대체 무엇?
제작진은 수빈 씨가 사는 곳을 찾았고, 그녀는 임대아파트에서 전세로 살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아파트 문 앞에는 대부업체에서 온 우편물이 붙은 상태였다.
흑산도 지역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홍어잡이로 몇 천 억대 자산가라고 하는 게 말이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수빈 씨의 집을 잘 안다는 지인은 “(수빈 씨) 아버지가 뇌경색으로 쓰러지다 보니 (그녀가) 대출에 손댔다. 전세 아파트도 재계약해야 하는데 살려달라고 울면서 전화가 몇 번이나 오고했다는...”이라고 전했다.
제작진이 수빈 씨에게 연락했다.
뜻밖에도 수빈 씨는 “지금 당장이라도 뵙고 싶다. 와 달라. 하고 싶은 말이 있다”라며 인터뷰에 응했다.
수빈 씨는 “경찰에 신고하면 되지 왜 이렇게 제보를 해서... 남의 돈을 쓰면 사기꾼이지만 내 돈을 쓰면서 만나는데 왜 사기꾼이냐”라고 지적하며 전 남자 친구들에 대한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수빈 씨는 이어 “피해는 (내가) 당하고, 마음 다 주고, 버림받고...”라며 억울해 했다.
제작진은 수빈 씨에게 수빈모와 문재인 대통령과의 만찬 이야기 등 집안 재력을 확인하고자 했다.
그러자 수빈 씨는 “이렇게 지적질 당하며 살고 싶지 않다”면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수빈모는 제작진에 “(예비 사위에게) 거금을 주기로 했다면 그걸 안 받아서 (그 사람들이 방송에) 제보했대요? 만약에 그랬다 할지언정 그게 고발 건이 되나요? 제보 건이 되나요? 해명하고 싶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한 전문가는 “스노볼 효과처럼 거짓말이 늘어나면 허구 세계를 만들게 되고, 전략도 업그레이드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심리 이론에 휴리스틱이라고 있는데 며칠만 참으면 10억, 100억이라고 (기대를) 만들면 ‘허황된다’라고 분석하기보다 편한 감정을 따라가게 되는 거다”라고 덧붙였다.
수빈 씨의 행동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행운에 기대고 유혹에 기대면 가짜로 만든 세계에 빠져 삶이 무너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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