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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탐사대, 구미 빌라에서 죽은 채 발견된 3살 아이는 왜 홀로 방치됐나

돌풀 2021. 2. 27.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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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 걷고, 계단도 오르고, 까치발을 들어 방문 손잡이도 돌릴 줄 알던 3살 아이는 왜 빈집에 방치된 채 죽어 있었던 걸까.

최근 경북 구미에 위치한 빌라에서 세 살 아이가 죽은 채로 발견돼 충격을 안긴 사건이 있었다.


 

MBC 실화탐사대 갈무리

 

 

27일자 MBC 실화탐사대는 아무도 없는 집에 덩그러니 죽은 채로 남겨진 3살 아이 김은지(가명)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다뤘다.

 

세상을 떠나기엔 너무도 어렸던 은지 삶의 기록은 겨우 3살의 절반 가량이었다.

 

엄마를 찾다가 지쳐갔을 아이는 세 번의 계절을 빈집에서 홀로 있어야 했다.

 

어린 딸을 버려두고 떠난 매정한 엄마는 아직 수많은 의혹들을 속시원히 풀어주지 않고 있다.

 

MBC 실화탐사대 갈무리

 

엄마는 왜 빈집에 아이를 두고 갔을까? 언제부터 방치됐던 걸까?

 

 사건은 평범한 전화 한통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집주인은 계약이 끝났으니 집을 비워달라고 은지 외조부에게 전화를 걸었고, 이사 간 줄 알았던 딸의 집에 방문한 아버지는 그곳에 자신의 손녀가 쓰러진 참혹한 광경을 보았다.

 

믿을 수 없는 상황에 할아버지는 즉시 경찰에 신고했다.

 

사건을 접한 은지의 친아빠는 여전히 딸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친부는 “은지는 제 전부죠. 단 한 번도 잊어본 적 없죠”라고 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은지의 친부가 집을 나갔다, 도망갔다, 는 식으로 보도했지만 이는 사실과 달랐다.

 

은지의 친모와 친부는 19살에 만난 사이였다.

 

친부는 “(전 아내가) 아이를 처음 가졌을 때 유산이 됐고 두 번째도 유산... 그러다 은지를 가졌을 때는 어떻게든 키워보려고 양가에 (결혼) 허락을 받았다”라고 설명했다.

 

 

MBC 실화탐사대 갈무리

 

그러나 친부는 지난해 12월, 가족의 평화가 깨졌다고 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집안에서 임신테스트기가 발견되었다.

아내의 SNS에는 낯선 남자와 여행간 사진 등이 올랐고 외박이 잦아지기도 했다.

친모는 은지에 점점 소홀해졌고, 친부는 아내의 외도를 의심했다. 

 

이후 친모는 '자신의 남자친구에게 남편이 도망갔다고 얘기했다'라며 친부에게 대놓고 말하기까지 했다.

 

이후 친부는 아내와 갈라서기로 하고 딸과 함께 살던 집에서 떠났다.

 

 

친부는 이혼한 뒤에도 은지가 보고 싶었지만 본인이 자주 연락하면 새아빠에게 은지가 미움 받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참은 날도 여러번이었다고 했다.

 

이혼한 후부터 아내가 아예 전화를 받지 않은 탓에 은지를 보지 못했다는 친부는 "아이가 보고 싶어서 차를 끌고 근처로 가보기도 했다"라고 했다.

 

 

MBC 실화탐사대 갈무리

 

그 시기, 친모의 지인들은 마지막으로 은지를 본 게 지난해 3월이라고 했다.

 

한 지인은 지난해 5월쯤 비눗방울 장난감을 은지에게 선물로 보냈는데 그 이후부터 친모가 은지를 보이는 걸 꺼렸다고 했다.

 

실화탐사대 제작진은 구미시청을 찾아 친모와 아이가 언제 새아빠집으로 이사했는지 확인했다.

 

친모가 재혼한 5월, 새 집으로 그녀의 전입신고가 된 상태였다.

 

그런데 친모는 경찰에 '8월에 이사를 가서 아이를 두고 왔다'고 진술한 바 있다.

 

친모의 한 지인은 그녀가 4월에 이사를 갔다고 언급했다고 했다.

 

친모나 지인들의 말이 모두 다른 탓에 은지가 언제부터 방치됐는지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은지의 예비부검결과 사망 시기는 8월께. 사인은 부패가 심해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다.

왜 아무도 아이의 부재를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친모 지인들은 그녀와 연락을 주고받을 때마다 은지가 마치 바로 옆에 있는 듯이 구체적으로 말해 진짜로 믿었다고 했다.

 

친모가 지인에게 아이의 옛날 사진을 보내주자 “지금 사진은 없냐”라고 묻기도 했는데 그 순간마다 친모는 말을 돌리는 등 대화 주제를 바꿔버렸다.

 

한 마디로,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 전까지 친모는 지인들에게 은지의 사진을 자주 보내줬지만 확인해 보니 모두 아이의 과거 사진이었다. 친모 말만 듣자면, 은지는 사랑받으면서 잘 자라고 있는 셈이었다.

 

지난해 여름 은지가 어땠는지, 진실은 오직 친모만 알고 있다.

 

 

MBC 실화탐사대 갈무리

 

친부는 이해되지 않는 게 많은 상황이다.

 

친부는 “그 집에서 아이를 굶겨 죽인 거면 모든 사람이 그쪽 지나가는 사람들이 은지 울음소리를 들었을 것”이라며 “(함께 지낼 땐 은지를) 혼자 두고 1층 내려갔다 오면 ‘빽’ 우는 소리가 들려서 바로 올라갔다”라고 설명했다.

 

제작진이 주변 이웃들에게 당시 아이 울음소리를 듣지 못했느냐고 물었지만 모두 고개를 저었다.

 

한 전문가는 만약 “아이 사망 때까지 아무도 인지 못했다면 아이가 움직이거나 울거나 할 수 없는 상태였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백종화 아동심리전문가는 “3세 전에는 본능에 의해 많이 움직이기 때문에 반복적으로 울다가 울다가 안 되면 울지 않는다. 욕구를 포기하는 거다”라고 말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MBC 실화탐사대 갈무리

 

빌라 아래층에는 은지의 외조부모가 살고 있었다.

그들은 손녀 울음소리를 몰랐을까.

 

제작진은 은지 외할아버지를 만났다.

 

당시 은지 우는 소리를 못 들었냐는 제작진 질문에 외조부는 민감하게 반응하며 “경찰서에 가서 물어보세요. 울음소리 들었으면 우리가 여기 이렇게 있겠습니까? 당신들 같으면 딸이 울고 있으면 가만히 있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과거 기록을 보면, 아장아장 걸으며 활발하게 움직였던 은지. 그녀의 신체진찰은 ‘백골부패화 진행’으로 기록된 상태다. 

 

은지의 사망 추정 시기는 장마가 한창인 즈음이었다.

 

만약 아이가 의식이 있었다면 거센 비와 천둥소리 때문에 무서워서 엄마 품을 찾고 파고들어 안긴 채 잠이 들었을 것이다.

 

 

MBC 실화탐사대 갈무리

 

은지가 방치된 그 순간 친모는 재혼한 현 남편의 아이를 출산했다.

 

친모는 경찰 조사에서 “(숨진 딸의) 친부와 오래 전 헤어진 까닭에 애를 키우기 힘들어 빌라에 홀로 남겨두고 떠났다”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은지 친모 지인 A 씨는 “(친모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건 아니었다. 현 남편이 대기업에 다니니까 월급은 쏠쏠하다 식으로 얘기를 했었다”라며 오히려 “전 남편과 살았을 때보다 경제적으로 안정적이라고 했다”라고 전했다.

 

지인 말에 따르면, 친모는 지인들에게 통장 재정상황을 카톡 사진으로 보내주기도 했다.

 

그런데 친모는 이미 사망한 아이의 아동양육수당도 꼬박꼬박 챙겨왔다.

 

은지의 사망신고일은 올해 2월 15일, 시신이 발견된 이후이다.

 

 

MBC 실화탐사대 갈무리

 

친모는 육아하는 지인에게 은지가 사용한 젖병, 장난감 등을 선물했다. 특히 고이 접어 보관할 법한 배냇저고리까지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5월에 현 남편과 혼인신고 하면서 원래 아이에 대한 관심이 떨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남성으로부터 버림받을 가능성이 커지는 게 바로 이 아이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면서 “걸림돌이 될 거라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분석했다.

 

현 남편은 왜 은지의 부재를 의심하지 않았을까?

 

제작진이 현 남편의 거주지를 찾았지만 며칠째 아무런 기척조차 없는 상태였다.

 

그는 다니던 회사에도 출근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엄마 없이 홀로 마지막을 맞은 은지를 떠올리며 친부는 “미안하단 말 밖에 할 말이 없다”라며 가슴 아파했다.

 

현재 친모는 총 4가지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실화탐사대 제작진은 취재한 내용과 친모가 경찰에 진술한 내용은 차이가 많다고 지적했다.

 

은지가 왜 홀로 죽어야 했을까.

 

우리는 진실이 드러날 때까지 경북 구미 빈집에서 죽은 3살 아이 은지의 죽음에 끝까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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