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백건우씨(75)가 국민청원으로 제기된, 치매상태 원로배우 윤정희 씨를 프랑스 한 아파트에 방치했다는 주장에 큰 충격을 받아 오는 10일 한국으로 들어올 것으로 알려졌다.
백건우, 윤정희 씨와 23년여간 가깝게 지냈다는 A씨는 8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은 사실을 전하며 “백건우 선생님이 많이 충격받았다"라고 밝혔다.
A씨는 "환자를 돌보는 것도 힘든데 이런 일까지 있으니까, 잠을 전혀 못 주무시는 것 같더라"면서 백건우 씨의 근황을 전했다.
그는 "어제 아침에 (백건우 씨와) 통화했는데, 여기가 아침이면 프랑스는 거의 새벽이다. 전화통화가 되는 거 보면 잠을 못 주무시는 것 같았다"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A씨는 백건우 씨의 귀국 사실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10일 수요일에 백건우 선생님이 한국에 오신다"라며 "인터뷰, 기자회견은 아니지만 (윤정희 씨 방치 논란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시겠다고 했다"라고 전했다.
이번 논란의 핵심 내용인 '배우자 백건우 씨와 그의 딸이 당뇨, 알츠하이머로 투병 중인 윤정희 씨를 홀로 방치해 외부와 단절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는 청원인의 주장에 A씨는 "제가 백건우 선생님께 듣고 받은 자료와는 전혀 다른 사실이다"라고 했다.
A씨는 "(청원인의 주장이) 너무 거짓말인 게 지난해 윤정희 선생님 생일 때 음식점에 가서 가족들이 찍은 사진도 저한테 왔고, 크리스마스 때 따님하고 손자하고 파티하는 사진도 받았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윤정희 선생님이 그렇게 춤을 잘 추시는지 몰랐다, 음악에 맞춰서 너무도 즐겁게 춤을 추는 동영상을 저한테 한번 보내주신 적도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A씨는 특히 "백건우 선생님이 핸드폰으로 찍어서 저한테 전송을 해줬는데 지금 2년 동안 (가족과) 못 만났다 하는 건 정말 황당한 거짓말이다"라고 했다.
청원인이 제기한 '윤정희 씨 딸이 엄마를 방치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윤정희 선생님의 따님 아파트가 옆에 있고 베란다가 이렇게 동그랗게 돼 있다. 아침에 따님이 악기를 연주하는데 악기 소리가 들리고 저쪽 먼 곳에서 윤정희 선생님이 듣고 활짝 웃으면서 손을 흔드는 영상도 지난해 봄 보내주셨다"라며 ”'방치했다'는 말은 터무니없는 거짓“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정 씨는 "그 영상을 보여줄 수 있느냐"라고 묻자 A씨는 거절 의사를 밝혔다.
A씨는 "청원인 주장에서 공감하는 게 딱 하나 있는데 나이보다 20년은 늙어 보인다라는 것이다. 윤정희 선생님이 병으로 인해 집에만 있으시다 보니까 꾸미지도 않고 염색도 안 하니까 백발의 할머니처럼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참 안쓰럽다, 너무 나이 들어 보이는... 화장도 안 하고 집에만 있으니까 그렇게 보여서 제가 그건 제공 못 한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앞서, 지난 5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원로배우 윤모 씨가 가족들로부터 방치돼 도움이 필요하다'는 요지의 글이 올랐다.
배우 윤정희 씨의 지인이 올린 것으로 보이는 주장에 백건우 씨는 7일 공연기획사 빈체로를 통해 "게시글의 내용은 허위사실"이라고 반박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백건우 씨는 "가족과 멀리 떨어져 생활해야 하는 요양병원보다는 가족과 가까이서 친밀하게 지낼 수 있는 환경인 (딸) 백진희의 아파트 바로 옆집에서 백건우 가족과 법원에서 지정한 간병인의 따뜻한 돌봄 아래 생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게시글의 내용과는 달리 주기적인 의사의 왕진 및 치료와 함께 편안하고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으며, 게시글에 언급된 제한된 전화 및 방문 약속은 모두 법원의 판결 아래 결정된 내용임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라고 강조했다.
백건우 씨는 2년 전 한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윤정희 씨의 알츠하이머 투병 사실을 공개한 뒤 아내의 친정 식구들과 성년 후견인 문제를 두고 갈등이 생겨 소송에 얽혔던 것으로 보인다.
언론에 공개된 파리 고등법원의 지난해 판결문을 토대로 보면, 윤정희 씨 투병이 공개된 뒤 2년여에 걸쳐 그녀의 동생들이 백건우 씨 부녀를 상대로 프랑스에서 소송을 제기했다.
윤정희 씨의 세 동생은 2019년 프랑스 파리의 지방법원에 백건우와 진희 씨를 윤정희 씨의 재산 및 신상 후견으로 지정한 데 대한 이의 신청을 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패소에 이어 같은 해 11월 최종 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프랑스 법원은 당시 윤 씨가 가족들로부터 적절한 보살핌을 받지 못한다는 동생들의 주장에 대해 근거가 없다며, 거주지 변경은 오히려 환자에게 악영향을 미칠 뿐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정희 씨는 1976년 백건우 씨와 결혼했고 프랑스로 이주해 생활해왔다.
그녀는 1966년 영화 ‘청춘극장’으로 데뷔한 뒤 320여 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큰 인기를 누렸다.
지난 2010년 이창동 감독의 ‘시’에서는 뒤늦게 시의 세계에 눈을 뜬 '미자'를 연기해 국내외에서 호평받은 바 있다.
윤정희 '치매' 방치 논란 백건우, 부부를 둘러싼 분쟁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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