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유행으로 국민들의 시름이 깊어만 간다. 가수 나훈아는 이 시기 콘서트 강행 의지를 비치며 감염병을 상대로 “누가 이기나 보자”라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아무리 콘서트 무대에서 한 발언이라지만 누군들 노래 안 하고 싶고, 누군들 놀러다니고 싶지 않을까. 신대철 쓴소리에 나훈아는 가슴이라도 한 번 따끔했으면 싶다.
나훈아 "코로나고 X랄이고 청춘 돌려준다"라고? 신대철 "한번쯤 자제해야"
기타리스트 겸 작곡가 신대철이 코로나19 확산에도 나훈아의 콘서트 강행과 향후 추진 계획에 의지를 내비친 나훈아를 저격했다.
신대철은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나훈아 대선배님 참 부럽습니다. 후배들은 겨우 몇 십 명 오는 공연도 취소하고 있습니다”라며 콘서트 열의를 불태우는 나훈아 태도를 꼬집었다.
신대철은 이어 소크라테스의 ‘어려서 겸손해져라, 젊어서 온화해져라. 장년에 공정해져라, 늙어서는 신중해져라’ 명언을 인용하여 “가왕이시라 한번쯤 자제하시는 미덕 따위 필요 없으신가요?”라고 일침을 놨다.
앞서 나훈아는 16일 대구를 시작으로 부산, 서울 등에서 ‘나훈아 어게인 테스형’ 공연을 계획했다. 대구 공연은 그대로 진행했다. 16일 오후 2시 대구 북구 엑스코 동관에서 열린 '나훈아 콘서트, 어게인 테스형' 공연에서 나훈아는 4천 여명이 들어찬 팬들을 향해 호언장담했다. 그의 발언의 맥락으로 보자면 팬들을 위로하는 차원이었으리라 생각한다.
나훈아는 "코로나고 X랄이고, 이래 오시는 분들 얼마나 고맙노. 저는요. 다른 건 없고 '코로나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 이런 맘입니더"라며 "우리가 코로나에 지가 되겠습니꺼. 코로나 지 아무리 까불어도 우리가 면역 체계가 잘 돼 있으면 걸린다 해도 감기 같은 거라. 내가 스트레스 없애 가지고 코로나 오면 히쭉 웃도록 할낀게"라고 했다.
그는 특히 "다들 자식(들이 가지) 말리는 사람 많았을 텐데 '나 죽어도 간다' 이러고 온 사람들 아닌교. 내가 책임지고 오늘 청춘 돌려 드릴게예"라고도 했다.
시기적인 특성을 감안한다면 나훈아는 이와 같은 말을 하기에 앞서 신중했어야 했다. 누군들 코로나 19 영향 밖으로 뛰쳐나가 북 치고 장구치고 놀고 싶지 않았을까. 누군들 폐업하고 시름에 피눈물 흘리다 택배 전선에 뛰어들고 싶었겠느냔 말이다. 누군들 야외에서 술 먹고, 노래를 즐기며 스트레스 날리고 싶지 않았을까. 누군들 한 번의 스트레스 해소로 내 딸과 아들, 가족, 이웃들의 코로나 19 집단 감염 우려 한 번 놓아보고 싶지 않았겠느냔 말이다. 다들 청춘이 가는 와중에도 원하는 건 많다만 참는 게 너무도 많은 시국이다.
나훈아는 지난 KBS 추석 특집 방송으로 열린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비대면 공연 이후 22개월 만의 공연이라 아마도 대구 무대가 감개무량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도 그렇고 올해 역시 코로나 19는 우리나라 전역 국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그야 아쉽겠지만 국민들에게는 다행히도 오는 23일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릴 예정이던 부산 공연은 무산됐다는 소식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22일 0시부터 8월 1일 24시까지 비수도권의 등록 공연장에의 공연과 관련해 ‘공연장 방역수칙’ 준수를 전제로 허용하지만 이외의 장소에서 열리는 실내외 공연은 모두 금지시켰기 때문이다. 즉 공원, 컨벤션센터, 체육관 등에서 열리는 공연이 금지되면서 나훈아가 거듭 부르짖을 ‘테스형’은 메아리로 남은 상황이다.
아예 기약하지 않은 건 아니다. 나훈아는 ‘나훈아 어게인 테스형’ 서울 공연을 다음 달 27일부터 29일까지 송파구 잠실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연다는 계획이다. 그는 지난해 9월 KBS 2TV 추석 특집 방송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비대면 콘서트로 여전한 존재감을 과시하며 당시 발표한 ‘테스형’ 역시 큰 인기를 모았다. 나훈아의 무대에 대한 오랜 갈증은 그 당시 가열된 신드롬과 인기로 인해 최근 공연 강행과 같은 민폐로 이어진 건 아닌가 싶어 씁쓸하다. 그런데 그놈의(?) 인기란 게 감히 사람의 안전과 생명 앞에 놓일 수 있는 것일까.
신대철 나훈아에 "그래도 공연하시겠다면 못 나가는 후배 어쩔 도리는 없습니다만..." 언중유골
시국에 대한 공감 능력이 결여된 듯한 나훈아의 태도에 신대철의 저격 글은 그래서 ‘사이다’ 같은 느낌이다. 신대철은 페이스북 글에서 “코로나 확진자 수가 최대를 기록하는 비상 시국”이라며 “그래도 공연을 하시겠다면 힘없고 못 나가는 후배들이 뭐 어쩔 도리는 없습니다만 다음번에는 '백만 송이 장미도' 불러주세요. 테스형과 같이 부르시면 딱입니다. 따로 연습할 필요도 없을 겁니다”라고 직격 했다..
나훈아는 본인의 ‘100살 되신 어머니가 펄펄 뛰댕겨’도 그렇지 않은 국민들이 많은 시기란 걸 가슴 깊이 받아들였으면 싶다. 신대철의 직언 역시 뼈에 새기는 심정으로 생각하는 예술가이기를 기대한다.
아래는 신대철 글 전문이다.
나훈아 대선배님 참 부럽습니다. 후배들은 겨우 몇십 명 오는 공연도 취소하고 있습니다.
소크라테스 왈 "어려서 겸손해져라, 젊어서 온화해져라. 장년에 공정해져라, 늙어서는 신중해져라”라고 했다는데…
가왕 이시라 한 번쯤 자제하시는 미덕 따위 필요 없으신가요?
코로나 확진자 수가 최대를 기록하고 있는 비상시국입니다.. 그래도 공연을 하시겠다면 힘없고 못 나가는 후배들이 뭐 어쩔 도리는 없습니다만…
신청곡 한곡 부탁드립니다. 다음번에는 '백만 송이 장미도' 불러주세요. 테스형과 같이 부르시면 딱입니다.. 따로 연습할 필요도 없을 겁니다.. 같은 곡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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