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고 이상 선고 중범죄 의사 면허취소'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 놓고 충돌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과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20일 '금고 이상 선고된 의사 면허 취소법'을 두고 SNS상에서 험한 말싸움을 주고받았다.
김남국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의협이 정말 한심하고 부끄럽다"라며 "의사들도 의협 집행부가 부끄러울 것이라고 생각된다"라고 꼬집었다.
앞서 국회 보건위원회에서는 19일 성폭력과 강도, 살인 등 강력범죄는 물론 교통사고를 포함한 모든 범죄에 대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그 즉시 이 안이 의결될 경우 총파업도 불사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최대집 회장은 19일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코로나19 치료, 예방접종, 아무 조건없이 오직 국민을 위해 정부에 협력, 지원한 댓가가 정부 여당인 민주당의 의사 죽이기 보복악법으로 돌아왔다"라고 분노했다.
그는 "법안의 진행 추이를 보면서 가용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겠다"라며 "13만 의사 면허반납 투쟁, 전국의사총파업, 코로나19 백신접종 대정부 협력 전면 잠정 중단 등 투쟁 방식을 두고 신속하게 논의를 전개하겠다"라고 밝혔다.
최 회장이 국민들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경고까지 하고 나서자 국민을 볼모로 한 엄포가 도를 넘었다는 여론이 쏟아졌다.
지난해 공공의대 설립을 둘러싸고 정부와 의료계간 갈등이 불거졌던 것처럼 대한의사협회가 총파업이란 카드로 백신 보이콧마저 선언한 데 대해 김남국 의원은 "의사가 백신 접종 가지고 협박하면 그게 깡패지 의사입니까"라고 직격했다.
이에 최대집 회장도 자신의 SNS에 "김남국 의원, 날강도입니까, 국회의원입니까"라며 "민주당이 정말 한심하고 역겹다"라고 버럭 했다.
최 회장은 "의원이 입법권을 갖고 보복성 면허강탈법을 만들면 그것이 조폭이지 국회의원인가"라며 "꼴뚜기가 뛰니 망둥어도 뛰나보다"라고 원색적인 발언으로 응수했다.
최대집 "의료법 개정안 통과 시 코로나 19 대응에 큰 장애 초래할 것"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집단 이기주의!"
정대화 상지대학교 총장 "의사는 어떤 잘못을 저질러도 의사 면허를 유지해야 하나?"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이번 달 26일부터 시작될 예정이지만, 의사협회가 총파업을 예고하며 코로나 19에 힘들어하는 국민들의 접종 사안을 나 몰라라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어서 심각한 차질이 우려된다.
대한의사협회 20일 성명을 내고 “참을 수 없는 분노를 표명한다. 절대 수용할 수 없다”라며 강경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 법안이 국회 법사위에서 의결된다면 전국의사 총파업 등 전면적인 투쟁에 나설 것”이라며 “코로나19 진단과 치료 지원, 코로나19 백신 접종 협력지원 등 국난극복의 최전선에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고 있는 의협 13만 회원들에게 극심한 반감을 일으켜 코로나19 대응에 큰 장애를 초래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밝힌다”라고 압박했다.
의사협회는 의료법 개정안을 한 마디로 ‘‘면허 강탈 법안’으로 규정했다.
그런데 멀쩡한 의사들의 면허를 빼앗겠다는 것도 아니고 금고 이상의 중범죄자가 소지한 의사 면허를 박탈하는 것이 왜 ‘강탈’로 인식되는지 의문이다.
현재 법무사와 공인회계사, 변호사, 국회의원 등의 경우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면허가 취소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가장 가까이에서 다루는 의사는 왜 타 전문인들과 다른 대우를 받아야 하는지 국민 정서상 이를 납득할 이가 많을까.
이번 개정안에서는 '의료행위 중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범한 경우에 한해 면허취소 사유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최대집 회장은 20일 “지난해 8월 정부가 추진했던 의대 증원과 공공의대설립보다 100배 중대한 사안이다. 13만 의사들의 면허가 걸린 일”이라며 의료법 개정안에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대집 회장의 강경자세가 과연 국민들에게 곱게만 보일는지에 관해 의사로서 자문할 자질은 있는지 궁금하다가 '백신 접종 보이콧' 카드를 떠올려보니 금세 회의적으로 기울고 말았다.
정치권과 학계에서도 최대집 회장의 날선 행보를 작정 비판했다.
우원식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한의사협회에 의사의 존재 이유를 묻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최대집 회장의 의사협회 입장을 비판했다.
우원식 의원은 "의협이 백신접종 협조 거부 등 집단행동으로 방역 위기 극복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해 스스로 의사이길 포기하지 않기 바란다"면서 "생명을 볼모로 제 식구 챙기기에 앞장선 최악의 집단이기주의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법 개정은 변호사•공인회계사•법무사 등 다른 전문 직종처럼 의사도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는 경우 면허를 취소하되, 특성을 고려하여 의료행위 중 업무상 과실치사·상의 범죄로 처벌받은 경우는 제외한다"면서 "악법이나 특정 직업군 차별이란 의협의 주장은 누구도 납득하기 힘들다"라고 지적했다.
정운현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도 이날 "의사협회는 강력범죄자가 환자 수술을 하고 진료를 해도 괜찮다는 모양이다. 길을 막고 한번 물어보라. 과연 국민들이 공감할지"라고 비판에 가세했다.
정대화 상지대학교 총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의사는 어떤 잘못을 저질러도 의사 면허를 유지해야 하나?"라면서 "의료법 개정안이 상임위를 통과한 것을 두고 일부 의사들이 정부의 방역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데 부적절하다"라고 지적했다.
정대화 총장은 "어떤 범죄로 금고 이상의 선고를 받을 때 의사 면허를 취소 혹은 중지하느냐에 대해서는 협의할 여지가 있고 개정안에 그런 내용이 반영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런데 징역을 먹든 말든 무조건 의사 면허가 유지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매우 무책임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온라인 상 누리꾼들은 '중범죄자 의사를 벌하자는데 파업하면서 백신 나 몰라라 한다고? 의사는 대체 왜 됐니? ', '철밥통 의사면허 지키자고 또 국민을 볼모로 한다는 대단한 의사 나리 납셨네', '죄 안 지은 선량한 의사 면허 뺏는다고 했나? 의사협회는 허구한 날 강경발언으로 정치하는 줄 알았는데 오늘 다시 보니 깡패였던 모양', '최대집, 방역법 위반으로 처벌해야 한다'라고 냉담한 반응을 쏟아냈다.
대한의사협회가 19일 발표한 성명서 전문
대한의사협회와 전국 16개 시도의사회는 의료전문가의 자율성을 무시하고, 의사면허 취소와 재교부 금지를 강제한 의료법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한 것에 대하여 깊은 유감의 뜻을 밝힌다.
지난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모든 경우 면허를 취소하고, 형을 처분 받은 기간에 더해 5년까지 면허 재교부를 금지하는 내용으로 의료법개정안을 심의, 의결하였다.
이는 의료인 직종에 대해 법원 판결에 따른 처벌 이외에 무차별적으로 직업 수행의 자유를 박탈함으로써 가중 처벌과 동일한 결과를 초래한다.
특히 금고이상의 형에 대해 면허를 취소하고, 5년 동안 재교부 금지하는 것은 헌법상 평등원칙을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다.
특정 직업군을 타 직종과 불합리하게 차별하는 등 형평성에 반하는 과잉규제로 절대로 통과되어서는 안 되는 내용이다.
2019년 법제처는 국회, 헌법재판소, 대법원, 각 중앙행정기관 등의 의견수렴 과정을 통해 발간한 ‘법령 입안, 심사 기준’에서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만을 이유로 당사자를 사회경제활동에서 배제하게 되면 오히려 이들로 하여금 갱생을 포기하게 하고 다시 위법을 저지르게 하는 요인이 되므로 그 자격과 영업의 성질에 비추어 과잉 규제가 되지 않도록 유의할 것을 권고했다.
또, 직무와 아무 관련 없는 범죄까지 광범위하게 배제하는 방법이 직무관련 규정을 준수하게 함으로써 해당 사업이나 자격을 적정하게 수행하게 한다는 입법 목적의 달성에 적합한 수단인지 의문이 있고, 목적 달성에 적합한 수단이라 하더라도 목적 달성에 필요한 정도를 넘는 과도한 규제로서 최소침해의 원칙에 반할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예컨대 이번에 보건복지위에서 논의된 개정안에 따르면 의료인이 자동차 운전 중 과실로 인하여 사망사고를 일으켜 금고형과 집행유예 처분을 받더라도 수년간 의료행위를 할 수 없게 된다.
한 순간의 교통사고만으로도 한 의료인이 평생을 바쳐 이룬 길을 포기하게 만드는 것이 과연 의료인에게 높은 윤리의식을 요구하고 그 면허를 엄격하게 관리하겠다는 개정안의 취지에 부합하는 것이겠는가.
더군다나 소수의 비윤리적 행태와 불법 행위를 마치 전체 의료인의 문제인 것처럼 부각하여 전체 의료계의 위상과 명예를 손상케 하고 무리한 입법을 강행하고 있는 국회의 무책임한 행태에 대하여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선진국에서는 의료인의 윤리와 관련한 전문적인 판단의 영역을 인정하고 전문가 집단이 자율적인 면허관리기구를 통하여 스스로 면허를 관리하고 그 가치를 지킬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대한의사협회의 중앙윤리위원회를 통한 자율징계와 보건복지부와 함께 시범사업 중인 전문가평가제, 그리고 대한의사협회의 면허관리원 설립 추진 등 의료인의 자율적인 면허관리를 위한 다양한 노력이 진행중이다.
의료인의 면허 결격사유를 범죄의 종류나 유형을 한정하지 않은 채, 사실상 모든 범죄로 하여 강제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오히려 의료인이 자율적으로 윤리의식을 제고하고 스스로 엄격하게 면허를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다.
또한 무분별한 면허취소와 관리는 의료인의 윤리의식을 제고하는 데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한 16개 시도의사회와 의료계는 국회의 이러한 무리한 의료법 개정 시도를 강력하게 규탄하면서 해당 법안의 전면적인 재검토를 요구하는 바이다.
2021. 2. 19
대한의사협회와 전국 16개 시도의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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