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말, 태어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신생아 채린(가명)이는 고통에 시달렸다.
그 조그만 신생아는 왜 산후도우미로부터 끔찍한 학대를 당해야 했을까
MBC 실화탐사대는 31일 방송에서 부모가 외출한 사이 신생아를 상대로 벌인 산후도우미의 만행에 관해 보도했다.
아이 엄마 민정(가명) 씨는 직장생활을 하는 남편과 4살 된 첫째 아이가 있어서 고민하던 차에 정부 지원 산후도우미 서비스를 받아 둘째 아이를 잠시 돌보기로 결심했다.
민정 씨 집으로 찾아온 ‘산후도우미’는 집안일을 곧잘 하고 아이를 돌보는 것에 대한 대화 과정에서 나름 전문성이 느껴져서인지 아이 부모를 안심하게 했다.
하지만 산후도우미 서비스 4일째 되던 날, 민정 씨는 산후도우미 입에서 나오는 충격적인 말에 제 귀를 의심했다.
민정 씨는 “(첫째 아이 데리러 갈 때) 나가면서 인사를 하는데 (산후 도우미가) 아기를 안고 농담 식으로 ‘엄마 나가니까 울면 맞아야지’ 이렇게 얘기를 하시는 거예요”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민정 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날 밤(2020년 9월 10일) 거실에 CCTV를 설치했다. 설치 후 첫날인 11일 첫째 아이의 밥을 챙기는 민정 씨의 등 뒤에서 산후도우미는 우는 채린이의 머리를 거칠게 흔들며 등을 두드렸다.
민정 씨가 첫째 아이를 등원시키러 나가자 돌변한 산후도우미의 모습도 포착됐다. 기저귀를 갈다가 채린이를 거꾸로 들어 옮기는 모습이 카메라에 고스란히 찍힌 것이다.
화장실에서 채린이를 씻기고 돌아온 산후도우미는 아이를 거꾸로 들고 물기를 털어댔다. 그녀의 거침없는 손길에 채린이는 울음을 터트렸다.
산후도우미는 우는 채린이를 쿠션 쪽으로 옮길 때도 던지듯이 내려놓아 보는 이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그 후엔 생후 18일 된 신생아의 가슴에 손수건을 받친 채 직접 분유를 먹도록 했다. 그녀는 아이가 제대로 분유를 먹지 못하자 작은 입에 문 젖병을 흔들기까지 했다.
채린이를 신경 쓰지 않은 채 그녀가 한 일은 믹스커피를 마시며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일이었다. 그렇게 채린이는 젖병을 입에 꽂은 채 10여 분이나 방치되었다.
그런데 첫째 아이를 등원시키고 돌아오는 길, 민정 씨는 휴대폰으로 CCTV가 연결된 애플리케이션을 켰는데 산후도우미 얼굴이 가까이 다가오더니 CCTV 화면이 꺼져버렸다.
채린이와 산후도우미 단둘만 있는 집에서의 상황은 그대로 묻히는 듯했다. 하지만 민정 씨가 뒤늦게 확인한 CCTV에는 신생아를 ‘돌본다’라고 표현하기에는 차마 믿기 힘든 산후도우미의 만행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산후도우미는 학대사실을 추궁하자 “한 달 동안 무료로 (일을) 해 주겠다”라는 어처구니없는 말로 아이 부모를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산후도우미, 채린이 전 이미 8명의 신생아도 돌봤다!
산후도우미 김화자(가명) 씨는 채린이를 돌보기 전, 이미 8명의 신생아를 더 돌봐온 사실이 드러났다.
김화자 씨의 서비스를 받은 산모들은 그녀가 100일 된 자신의 손주 이야기를 종종 했다고 했다.
일부 산모는 해당 산후도우미가 2주 된 신생아의 셀프 수유(젖병 물기)를 마치 당연한 듯 가르쳤다고 폭로했다.
신생아의 경우 근육발달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서 셀프 수유를 할 경우 먹은 게 식도 쪽으로 올라올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고 전문가는 지적했다.
일부 산모는 자신이 잠시 자기 위해 방으로 들어가 문을 열어놓으면, 산후도우미가 와서 문을 꼭 닫고 갔다고 말했다. 그러다 산모가 나오면 산후도우미가 갑자기 놀라서 의아했다고 전했다.
한 산모는 산후도우미가 아이 목욕을 시키는 것을 보면서 일이 서툴다는 걸 느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일부 산모는 김화자 씨가 음식을 포함한 살림을 곧잘 해서 나름 믿음이 갔다고 했지만 대부분의 산모는 그녀가 아이를 좋아한다기보다 다른 데에 더 관심이 많아 보였다고 전했다.
산후도우미는 왜 채린이를 학대했나?
갓 태어난 아이가 왜 산후도우미로부터 이런 일을 경험해야 했을까?
김화자 씨는 스스로 낚지볶음 전문인 식당에서 일을 했다거나 화장품 판매를 주업으로 한다고 산모들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녀가 언급한 식당에서는 이런 사실이 없다고 전해 산후도우미의 정체에 의문을 더했다.
다만 그녀가 일했다는 마트에서는 그녀를 기억하는 이들을 통해 산후도우미가 김화자가 아닌 김정희(가명)이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즉 그녀는 낮에는 산후도우미로, 밤과 주말에는 판매 도우미로 지내는 인물이었다.
사건이 터지고 한 달 후 산후도우미의 가족들이 민정 씨 가족을 찾아왔다.
산후도우미의 딸은 가족에게 "잘못했다, 미안하다"라고 했다고 전하면서 "엄마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딸은 올해 초 아버지가 쓰러지시고 가정형편이 넉넉지 못한 상황에서 자신의 어머니가 무리해 일을 하던 중 일이 이렇게 됐다고 사정을 전했다.
그럼에도 산후도우미가 밝힌 신생아 학대의 이유는 민정 씨가 '자신을 무시하는 듯해 그랬다'는 궤변이었다. CCTV 속에서 민정 씨는 첫째 아이의 등원을 위해 식사를 준비하고 챙기는 등 일상적인 모습 외에 특별함은 발견되지 않았다.
취재진은 보건소를 찾아 "산후도우미 업체 관리할 때 산후도우미 관리도 같이 하느냐"라고 물었지만 "산후도우미를 직접 채용하지 않고 (업체) 사후관리가 힘든 건 사실"이라고 보건소 관계자는 토로했다.
결국 산후도우미 업체를 제대로 관리하는 곳은 사실상 없는 셈이었다.
신생아나 아동학대로 처벌을 받더라도 관련법이 미비하고, 또 법 개정이 없이는 문제가 된 산후도우미라도 현재 재취업이 가능해 관련 기관의 조치가 시급한 상황이다.
실화탐사대는 매주 토요일 오후 8시 5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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