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말 운전을 시작했다. 장롱에 묵혀 암모나이트가 돼가던 운전면허를 파낸 셈이다. 사회 초년생도 아닌 나이. 뒤늦게 운전을 하기로 결심한 건 부모님을 생각해서였다. 지난해, 아버지는 과거 뇌 수술한 부위에 뭔가가 재발한 것인지 두통을 호소하셨다. 눈물까지 찔끔 흘리면서 만면의 주름을 일그러트리며 고통을 보이시던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 그 당시 병원으로 가야하는데 운전대를 잡지 못하는 아버지 대신 차문 여는 것 외에 할 줄 아는 게 없던 나 자신이 그렇게 답답했던 적은 처음이었다.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이동했다. 재발은 아니었다. 치아를 빼면서 생긴 문제였던 모양이다. 다행이었다. 3월이 끝나기 하루 전, 중고차를 구입했다. 아반떼 2010년식. 오래 돼긴 했으나 주행거리 11만 km에 전 차주가 얼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