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멋

오드아이 고양이, 거기다 파이아이?

돌풀 2020. 8. 25. 23:10
728x90

 골목을 쌩 하고 도망치듯 지나치는 고양이나 카페 및 술집 지킴이 등에게 호의적인 집사 타이틀을 콱 박아둔 냥이들이 거점을 맴도는 모습 절로 웃음이 난다.

 

특히 밤이면 내 차 위에 자리를 잡는 길냥이 앞에서는 싱긋생긋 미소가 솟는다. 매우 특별한 오드아이’ 고양이를 만났다.

 며칠 전 장조림을 하기 위해 시장에 달걀 두 판 사러 나선 길이었다. 건물 골목에 주차된 SUV 본네트 위에서 새하얀 냥이가 풀쩍 뛰어내려 다가오는 것이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냐옹, 하며 다가와 내민 손에 코를 킁킁거리고, 다리 사이를 오가며 친밀하게 비빔 인사를 하는 거다. 엄마도 그런 묘족의 인사가 싫지 않은지 입꼬리를 올리며 녀석을 내려다보았다.

 

 어? 이 녀석, 오드아이다!

 

양 눈동자 색이 달라서 매력적인 ‘오드아이(Odd-eye)’ 고양이 말이다. 포털에 찾아보니 간혹 사람이나 강아지에게서도 오드아이가 나타난다고 한다. 대개 연한 파란색과 갈색으로 고양이 각각의 눈동자가 반짝이면 푸른 바닷물과, 평화로운 해넘이 기운을 담아낸 듯 신비롭기만 해서 시선을 끈다는데...

 

 '터키쉬 앙고라'와'페르시안' 흰 고양이한테 오드아이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는데... 뭐 사실 고양이를 엄청 엄청 좋아하지만 종을 모두 구별할 만큼 잘 알지는 못한다. 그래도 이 녀석, 낯이 익다.

 

지난해 겨울, 우리 건물 앞에 어슬렁거리는 게 보여서 사료 몇 알 손바닥에 올려놓고 내밀었더니 스스럼없이 다가온 그 녀석이었다. 그런데 사료는 달랑 한 알만 먹고는 유유히 꼬리를 흔들며 제 갈길을 가던 녀석.

 평소 배는 곯지 않고 사는가 보다 싶었다. 개냥이와 같은 친근함을 뿜뿜한 채 시크하게 떠나던 그 녀석의 모습이 여전히 생생했다.

“냐옹~”

그래그래, 나도 안녀옹? 반가옹~

 

 달걀 두 판은 금세 잊어버린 채 반달눈이 된 요 녀석의 목덜미를 긁어주었다. 그러자 아예 배를 바닥에 붙이고 앉았다. 응? 뭐? 뭐 해줘?

 

등 긁어주리?

 

 등을 긁었다. 이번에는 아예 다리를 쭉 편 것이 인간의 선비치 여유도 부럽잖은 듯 경계심을 훌훌 풀어버리는 게 아닌가.

 ㅎㅎㅎ 아고 예뻐라.

 

 머리부터 등까지 긁기를 몇 차례 반복하자 바닥과 혼연일체가 된 듯 아예 더 긴장을 푼 채 떠날 줄을 몰랐다. 그런데 이 냥이, 오드아이? 작년에는 밤에 만나서 몰랐는데... 한쪽 눈동자 색이 반반이었구나.

 

 포털에 찾아보니 '파이아이'란다.

 

 초록창에 '파이아이' 이미지를 검색했다. '파이 먹는 아이'가 어찌나 쏟아지는지... 아니 파이아이 고양이를 보여 달라고요...ㅠㅠ

 

 구글링을 하자 이미지가 많았다. 역시 구글!

 

오드아이부터 짚어보자면, 이런 특징은 홍채 세포의 DNA 이상 때문에 양 눈의 멜라닌 색소 농도에 차이가 생기면서 갖게 된다고 한다.

 

홍채 이색증과도 같은 ‘오드아이’는 멜라닌 색소가 적으면 푸르고, 많이 분포하면 갈색인 경우가 많은데 ‘오드아이’라고 눈 건강에 이상이 있는 건 아니라고 한다. 선천적으로 태어나자마자 원색의 유리구슬을 한 아이가 있는가 하면, 어린 냥이였을 때는 푸르다가 점점 크면서 다른 색으로 변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오드아이’는 참 오묘하기만 하다.

 

한 눈동자에 반반의 색을 지닌 파이아이는 한 눈동자에 파이 조각처럼 두 가지 색이 깃든 것을 말한단다.

 이 녀석 꽤 특별한 냥이구나...

 

"가자."

 

 엄마의 재촉에 무릎을 폈다. 사파이어와 호박처럼 투톤 원석을 가진 파이아이 냥이는 우리가 몇 걸음 멀어지자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자꾸 미련이 남아 사진과 동영상을 찍자 이 녀석은 마치 의식은 하되 괘념치 않는다는 듯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짜식. 스튜디오 촬영 깨나 해봤음직한 능청이군!'

'골목캉스라도 하잔게냐?'

휑한 골목 가운데서 꼬리를 따당 따당, 해대며 시선을 사로잡는 녀석.

저 귀요미에 어찌 눈길을 붙박지 않는단 말이야.

그래, 멋짐 폭발이다!

 내가 울아부지 달걀장조림만 아니라면, 너랑 따당 따당 같이 할 텐데...

 건강하렴. 사랑스러운 파이아이 냥아~!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