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영혼이란 것이 있다면
또래의 입김에 섞이어
눈 덮인 놀이터를 선회했을 테지만...
네가 묻힌 땅은 얼음장이다...
무슨 수를 써도 너는 돌아올 수 없다...
이제 와 눈이 붓도록 울어준들 이름만이 서러워질 뿐이다...”
- 그것이 알고 싶다, 23일 자 방송 중에서 -
정인이 사건 방송이 나간 지 3주가 지났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23일자 방송에서는 정인이가 고통스럽게 살다 하늘로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깊이 파헤치며 2차 방송분을 내보냈다.
국회는 아동학대 사건으로 이른바 '정인이 사건'이라 불리면서 사회에 파장을 일으킨 일에 주목하며 서둘러 아동학대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미 7년 전부터 비슷한 사건으로 입법시도가 있었던 아동학대 관련 법안들.
그것과 크게 달라지지도 않은 것을 왜 국회에서는 이토록 오랫동안 외면했을까.
지금껏 미루어왔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시급하게 통과시킬 게 아니었다.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시스템 보완과 구체적인 예산 증액 및 확보 방안까지 고심해야 할 게 많기 때문이었다.
한 아이의 죽음이 정치적 입지를 더 쌓기 위한 누군가의 실적이 되어서는, 임시방편적 '국민 달래기'로 여겨서도 안 될 테니 말이다.
시민들은 온 마음을 모아 양모의 죄가 실수로 아이를 사망하게 한 아동학대치사죄가 아닌 '죽음의 고의를 가진 살인죄'라고 외쳤다.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아이지만 그 작은 체구의 정인이가 살아온 너무도 짧은 삶이 애처로웠기 때문이다.
2019년 6월 10일에 태어난 정인이는 생후 8일째부터 위탁기관에서 지냈다.
통역일을 한다는 양모, 방송국에서 근무한다는 양부.
부부는 독실한 기독교신자로 알려졌고, 그들 사이에 이미 딸아이도 있었다.
정인이는 지난해 2월 그 부부와 가족이 되었다.
그리고 아홉 달 뒤 정인이는 세상을 떠났다.
아이가 사망한 지 23일 뒤에 나온 국과수 부검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온 몸 곳곳이 골절에 피멍에, 고인 핏물에, 췌장 절단까지...
도대체 양부모와의 270일 삶이 어땠기에 이토록 만신창이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양모는 정인이의 몸에 남은 흔적들에 대해 여전히 의도하지 않은 사고였다고 주장한다.
아이의 췌장을 절단시킬 만한 외력은 남성 운동선수라도 발휘하기 쉽지 않은 힘의 크기라고 전문가는 분석했다.
하지만 50kg의 여자라도 어린아이를 바닥에 둔 채 강하게 뛰어내릴 정도의 힘이라면 췌장이 끊어질 정도의 파괴력이 발휘될 여건은 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양부모에 대한 첫 재판은 약 1시간여 만에 마무리되었다.
검찰은 양부모 혐의에 살인죄를 추가했다.
양부모 측 변호인은 “아동학대 치사를 부인하는데 어떻게 살인을 인정하겠느냐”며 여전히 대부분의 혐의에 대해 부인했다.
왜 감당하지도 못하면서 아이를 입양했는지, 양부는 왜 아내의 학대 사실을 방관했는지, 또 경찰과 아동보호기관은 여러 차례 학대 신고가 있었음에도 제도적 조치를 더 취하고 구해내지 못했는지 원망스러울 뿐이다.
만약 우리 사회에 이러한 일이 또 생긴다면 과연 우리는 또 다른 정인이를 구하려 신고하고 그들이 구해낼 거라 믿을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입양이라는 우리 사회의 편견을 바꾸기 위해 정인이를 입양했다는 양부.
앞으로 우리는 선한 얼굴로 다가온 괴물에게 또 다른 귀한 생명을 빼앗기는 건 아닌지 두려워해야 한다.
돌도 되지 않은 아이를 집안에 방치한 채 커피를 마시고 운동하는 등 외출했던 양모.
뜨거운 여름날, 차 안에 둔 채 커피숍에 앉아 있던 양부모.
사망 하루 전 어린이집에 온 정인이의 배는 불룩했고, 한 걸음도 걷지 않았다.
음식을 삼키지도 못했다.
선생님 품에만 기력 없이 안겨있던 아이.
선생님이 아이를 세워도 아이는 미동조차 없었다.
홀로 어린이집 한 곳에 기댄 채 애처롭게 고개만 느리게 이따금 돌려보던 아이.
정인이는 양부가 오자 서너 걸음을 겨우 떼며 그의 품에 안겼다. 그 품이 얼마나 시린 줄 알았을 텐데 말이다.
아동학대, 아동유기, 아동방임 등 거의 살인방조에 가까운 지경일 만큼 잔혹한 집으로 돌아갈 걸 알면서 말이다.
정인아,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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