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아버지는 이상하게 생긴 나무를 주워오셨다. 흠과 옹이가 많은, 넙데데한 오동나무였다. 땔감으로 쓸법한 걸 주워오셨구나, 싶으면서도 용도는 쉽사리 가늠되지 않았다. 아버지는 나무 위에 그림을 그리셨다. 구불구불한 곡선을 따라 희한한 비늘과 갈기를 그려넣었고, 그것의 끄트머리에는 부리부리한 눈의 용머리가 완성되었다. 밑그림이 끝나자 아버지는 조각도가 들어찬 상자 속에서 하나를 골라 꺼내드셨다. 칼끝으로 검은 선을 걷어내며 섬세하게 파고 또 팠다. 용의 입체감이 드러났고, 배경 또한 완성되었다. 어느 깊은 산세에서 하늘로 오르는 용의 형상이었다. 딸의 머리핀에서 떨어진 흰 구슬은 용 입안의 여의주로 박아 넣었다. 신비롭고 영묘한 동물로 옛이야기에 자주 등장해왔던 용. 아버지는 익히 들어 상상해왔던 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