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 지 8일째 되던 때 친부모를 잃고 위탁모의 손에 맡겨진 소망이(가명).
소망이는 그 흔한 감기 한 번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자랐다. 7개월째가 되던 지난 2월 소망이는 드디어 양부모를 만났다. 양부모가 소망이가 잘 지내고 있다며 위탁기관에 소식을 전해주는 등 아이는 행복하게 지내는 듯 보였다.
위탁기관 측은 “엄마가 통역사라고 해서 엄마가 잘 키우면 뭘 해도 잘 하겠다...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달에는 EBS 입양 다큐에도 출연하기까지 해서 그러한 모습에 믿음이 실렸다. 하지만 그로부터 몇 개월 뒤, 소망이는 충격적인 모습으로 TV 속 뉴스의 주인공이 되었다. 뉴스에서 생후 16개월 된 아이가 온몸에 멍이 든 채 병원에 도착했지만 이미 숨이 멎었다고 잇따라 보도했다. 대체 소망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갓난아기 때부터 7개월간 소망이를 키운 위탁모는 이 상황이 충격적이라는 반응이었다. "애가 고통 받을 줄 몰랐다. 똑똑하고 예쁜 애가..."라며 경악했다.
소망이는 입양된 지 한 달 무렵부터 심한 학대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에는 아동학대에 대한 의심만 있었다.
양부는 아내의 아동학대 의심이 일자 모든 의혹을 해명하겠다며 궁금한 이야기Y 제작진과 만났다.
양부는 아이의 사망 당일에 관해 “(제가) 아침에는 아이 얼굴을 못 봤다. 아내가 홀로 아이들을 돌보다가 잠시 눈을 뗀 사이 첫째 등원 준비를 하는데 쿵 하는 소리가 나서 나가봤더니 둘째가 소파에서 떨어진 것 같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약간 숨도 쌕쌕거리고 그러니까 병원에 데리고 간 건데 상태가 나빠졌다고 (아내가 그랬다)...”라고 말했다. 또 “거기서 하나 판단이 잘못된 건 있다. 아기를 둘러업고 택시를 탄 거다”라고 말했다. 즉 양부는 아내의 학대가 아니라 사고 때문에 소망이가 죽었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소망이는 내부 장기가 모두 파열될 만큼 복부에 심각한 충격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대 외과대학 법의학교실 유성호 교수는 “외력에 의한 복부 손상사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장간막이 파열됐고 췌장이 파열됐고 이런 소견이 보였기 때문”이라며 “복부만 집중적으로 굉장히 센 충격을 받았다고 보인다”라고 말했다.
119 아닌 택시 불러... 골절흔 가득한 아이, 숨 멎었는데 장 씨는 택시에 놓고 간 물건 가지러 와
아이 심폐소생술 하는데 어묵 공동구매
장 씨가 소망이를 학대한 장면을 목격한 이도 있었다. 한 주민은 “아이가 우니까 엄마가 유모차를 그대로 뒤집어엎는 장면을 (이웃주민이) 목격했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다른 주민은 사건이 난 당일 오전 소망이 집에서 여러 차례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고 했다. 그로부터 1시간 뒤 양모 장 씨는 119가 아닌 콜택시를 불렀다.
당시 장 씨와 아이를 태웠던 기사는 “위급상황인지조차 알지 못했다. 5분 정도 지난 뒤 어디선가 전화가 왔는데 ‘오빠 아기가 숨을 안 쉬어’ 이랬다. 깜짝 놀랐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참이 지나서야 아이가 숨을 안 쉰다는 이야기를 (장 씨가) 했다. 뒤돌아보니 아기가 숨을 잘 못 쉬더라고. 화아악. 화아악 하고.. 위급한 환자면 119 불러야지 했는데, (장 씨가) 이 택시가 119보다 빠르나요, 되묻더라”라고 말했다.
택시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쯤 아이의 심장은 멎은 상태였다. 택시 기사는 “(아이가) 까맣게 변했더라고. (여자가) 택시 뒤에 선캡을 두고 내렸는데 그걸 또 찾으러 왔더라고. 그거 찾을 새가 어딨어. 도대체 이해가 안 됐지”라고 떠올렸다.
장 씨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또 있었다.
소망이의 심폐소생술이 진행되는 사이 장 씨는 인터넷 공동구매로 어묵을 샀다. 또 지인에게 아이의 부검 결과가 잘 나오기를 기도해달라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장 씨는 최소 6차례 이상 소망이를 신체 폭행했고, 16차례 이상 방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악스러운 건, 소망이의 발을 강제로 걸어 넘어트리고, 또 우는 아이 얼굴을 휴대폰 동영상으로 촬영까지 해둔 게 발견되었다. 아이의 몸에는 회복 속도가 각기 다른 골절흔이 가득하기만 했다.
장 씨 “병원에 데려가? 형식적으로?”
남편은 과연 아내의 학대 사실을 몰랐던 걸까
장 씨는 남편에게 “병원에 데려가? 형식적으로?”라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양부는 무척 억울해하며 무려 100분이 넘는 시간 동안 제작진에게 해명했다.
학대 증거를 내민 제작진에게 여전히 아내를 믿고 있다며 학대 사실을 부정한 것이다.
입양은 두 부부의 오랜 꿈이었다고 했다.
양부는 “첫째는 10개월을 기다려서 나왔다면 얘는 2년 기다려서 저희한테 왔다”면서 “저희가 미션스쿨을 다녔고 차인표, 신애라 씨라든지 션, 정혜영 부부가 1년에 한 번 씩 와서 강의를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강의를 들으면서 입양에 대해서 좀 많이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양부는 “아내가 임신을 원하지 않았다. 그런데 제가 워낙 아기를 좋아하니까 그러면 우리 입양하는 방법으로 고려를 해보자 했다. 저희 어머님은 적극 반대하셨고 사실 내 돈 들여가며 국가에서 그런 거 지원되는 거 하나도 없었다”라고 입양 과정을 설명했다. 그런데 부부가 입양을 준비하던 중 부부에게 첫째 아이가 생겼다. 소망이는 예정대로 부부에게 입양되었다.
장 씨는 SNS나 인터넷 모임에 소망이 입양 사실을 공개했다. 양부 역시 회사 노동조합지에도 실어달라고 요청할 만큼 입양 사실을 자랑스러워했다. 그러나 채 1년도 되지 않아 소망이의 학대 사실은 아이의 다리에 든 멍을 본 어린이집 교사의 신고로 수면 위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양부는 1차 아동학대 신고 당시 “제가 아이의 오다리를 교정하기 위해 마사지를 해주다가 너무 세게 하는 바람이 멍이 든 것 같다”라고 해명했다. 이외 다리에 든 멍은 몽고반점이고 붙인 밴드는 모기밴드라고 주장했다. 또 아기가 올 때부터 전신에 몽고반점이 있었다고도 부연했다.
하지만 생후 8일 때부터 7개월간 아이를 키웠던 위탁모는 양부의 말에 “몽고반점도 아니다. 팔도 이렇게 시커멓지 않았다. (피부는) 하얬었는데, 뽀얬었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위탁모는 “(소망이는) 오다리가 아니다. 붙잡고 얼마나 잘 걸어 다녔게요, 7개월인데...”라고 말했다. 이후 차 안에 30분간 방치돼 있던 아이를 본 주민이 신고하면서 학대 의심이 더해졌다.
양부는 아내 장 씨가 잠투정 심한 소망이를 수면교육했고 나와서는 카메라로 지켜보고 있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생긴 오해가 있었다는 것이다.
위탁모는 “감금이지 무슨... 그리고 어떻게 그 어린애를 혼자만 집에다 두냐. 위탁모 교육할 때도 급하게 쓰레기만 버린다 해도 아기만 혼자 두고 가지 말라 그런다”라며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이었다.
세 번째는 소아과 의사의 신고가 있었다.
양부모는 이 신고 당시 “아이가 입병 때문에 이유식과 물을 먹지 못해 살이 빠진 것 같다”라고 해명했다.
양부는 3차례의 아동학대 의심신고에 대해 “입양에 대한 편견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그렇게 거듭된 의심신고에도 소망이와 양부모는 분리조치되지 않았다.
"미국 생활 오래 한 부부, 아동학대 문제 될 소지 분명히 인식했을 것"
양부 한 씨가 허울 좋은 가족형태를 지키기 위해 소망이의 학대와 죽음을 외면한 걸까. 적극적으로 아내를 변호하기에 급급하기만 한 양부. 심리 전문가는 양부가 장 씨의 학대 사실을 알았을 거라고 짐작했다.
부부가 미국에서 오랜 생활을 했기 때문에 아동학대의 문제 여지가 충분하다는 인식을 했을 법도 하다고 짐작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파양을 보내면 자기의 아이돌라이즈드(주변인들이 보는 선한 이미지)가 다 깨지지 않나. ‘그게 아이를 없애는 것보다 더 고통스럽다’ 이렇게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아동학대가 이렇게 진행이 심하게 반복적으로 인지됐음에도 주요 조사의 대상은 학대를 가하는 부모가 언제나 판단 근거가 되기 때문에 말 못 하는 아이들의 인명피해가 난다. 외국 같으면 아동학대로 심지어 의료기관에서 신고되는 경우 그냥 ‘무영장 체포’다”라고 설명했다
소망이의 입양 파티를 하던 날 주인공인 소망이만 웃지 못했다.
천사 같은 미소를 짓던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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