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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내 열나는 '턱스크 환자', "마스크 답답... 편의 봐달라."

돌풀 2020. 8. 26.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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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다리 수술 이후 정기검진을 위해 병원을 방문했다. 코로나 19 확산세가 심상치 않은 탓도 있지만 요즘 대형병원은 무조건 출입확인증이 있어야만 방문이 가능한 분위기다.


 

[병원 내원객 사전 문진 안내] 

- 코로나 19로 인해 병원을 출입하는 모든 분들은 문진표 작성 후 출입이 가능합니다.

   - 내원 시 문진 과정에서 시간이 소요될 수 있습니다.

- 사전문진을 작성하시면 좀 더 빠른 출입이 가능합니다. 


 예약일이 임박하자 위 내용의 문자가 환자의 휴대폰에 수신된다. 본문에는 링크를 덧붙이기도 했는데 사이트를 열면, 사전 문진 체크 및 QR코드 생성을 위한 안내문이 나타난다.

 

 내원객 대상으로 위험요인과 호흡기 유증상 여부를 확인하려는 차원에서 해외여행력과 주민번호, 이름, 연락처 등을 수집하는데 협조해 달라는 내용이다. 아울러 '전자문진을 허위로 작성하면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거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강조문구도 확인할 수 있다. 내용확인 후 작성하기 버튼을 누르면, 아래처럼 총 6개의 입력사항이 나온다.

 

각 항목에 입력 및 체크하여 응답 완료 버튼을 누르면 QR코드가 생성된다. 이미지로 내려받기가 가능하다.


< 병원 출입 준비 >

 대형병원 앞에 도착하면, 정문에 사전문진용 키오스크가 배치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준비해 둔 QR코드를 바코드에 댄 뒤 잠시 기다리면 자동으로 출입확인증 종이가 나온다.

 


< 출입 >

사전문진표를 작성하여 출입확인증까지 받았으면, 보안요원에게 제시 후 정문을 통과하면 된다. 들어가서도 다시 한 번 출입허가증을 제시하고 열체크도 받아야 하는 등 2단계를 거쳐야만 병원 내부로 진입할 수 있다.

문진표를 미리 작성하지 않았다면, 키오스크에 직접 입력하거나 도우미에게 안내받아 작성하면 된다.

 

< 검사 >

 새벽부터 일어나 먼 길을 달려오신 아버지는 정오가 가까이 되어서야 주사실과 혈류 검사실 등을 차례로 거쳤다. 링거 주사를 모두 맞고 CT촬영을 한 뒤 다시 링거 주사를 맞았는데 시간은 어느덧 점심 때를 훌쩍 넘겼다. 

 

 * 주사실이나 혈류검사실, CT촬영 때 접수처에서는 출입확인증을 요구한다. 병원마다 다를 수도 있으나 대개 환자나 보호자 모두의 출입확인증을 제시하게 한 뒤 열체크와 함께 접수받으므로 종이를 구기거나 버리지 않도록 유의하자.

 

마지막 단계로 이제 외래진료만 남았다. 한 시간 가량 여유가 있어서 아버지와 함께 병원 내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한 식탁에 앉더라도 식사 중 대화를 금지한다는 문구가 곳곳에 붙어 눈길을 끌었다. 사람이 많지는 않았으나 주위에서 조곤조곤 대화하는 소리는 꾸준히 들렸다. 말 없이 식사하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지. 그래도 그렇지. 여물 씹는 소도 아니고 밥 먹는 시간조차 고역이 된다는 건 참 안타깝기만 하다. 

 

< 외래진료대기  >

열나는 '턱스크 사나이'의 꼴불견

 

 예약된 외래진료 시간보다 30분 일찍 접수를 마쳤다. 담당 교수님의 진료 방 번호를 확인한 뒤 복도 의자에 앉았다. 대지환자 수가 몇 명 남은 탓에 아버지는 화장실을 다녀오겠다며 자리를 비웠고, 난 주위를 조심스레 살펴보았다. 바깥 접수처에서 환자에게 진료 정보를 설명하는 간호사들의 말소리만 들릴뿐, 안쪽 통로에는 마스크를 낀 환자와 보호자 모두 입을 꾹 다문채 눈알만 굴리고 있었다. 한 5분이나 지났을까. 그 묘한 정적이 깨졌다. 턱스크남 때문이었다. 

 

 "마스크 제대로 써주셔야 해요."

 

 조금 떨어진 진료방에서 간호사가 나오더니 턱에 마스크를 걸친 젊은 남자에게 말했다. 

 

- 답답하다고요, 숨 쉬기가.

 

 뭐래니? 순간 귀를 의심하며 눈을 키웠다.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예요."

 

 간호사는 주위를 가리키며 말했다. 

 

 - 이거 쓰니까 열이 더 올라간다고요. 숨 쉬는 게 답답하다고요. 편의 좀 봐주세요.

 

"그걸 제가 편의 봐드릴 문제가 아니에요. 마스크 제대로 써주세요."

 

 간호사는 정중한 어투로 다시 한번 턱스크남에게 주의를 주었다. 

 

 - 아니, 답답한데 편의 좀 봐달라고요."

 

턱스크남은 징징거리다 마지못해 마스크를 코끝에 걸쳤다. 그것도 잠시, 간호사가 사라지가 마스크를 다시 턱까지 내렸다.  어이없었다. 그는 주위 사람들이 지나갈 때마다 눈치를 보긴 했다. 한 5분여 지난 듯했다. 코끝에 걸쳤다가 턱에 내리기를 반복하던 남자에게 수간호사로 짐작되는 분이 나와서 열체크 해드린다며 상냥한 어투로 다가갔다.

 

 "병원에 들어오신 지 얼마나 되셨어요?"

 

 - 30분이나 됐을 걸요.

 

 "열감이 있으신데 혹시 가래 증상은 없으세요?"

 

- 담배 피니 당연히 가래는 있는 거죠.

 

그의 실없는 말투가 꽤 거슬렸다.

 

 "다시 재도 한쪽은 7도1, 한쪽은 7도6인데 열이 안 내리면 선별진료소 다녀오셔야 하거든요."

 

 - 계속 마스크를 끼니까 온도가 올라가죠.

 

 남자의 말에 수간호사는 잠시 입술을 꾹 물었다.

 

 "그럼 잠시 후에 다시 열 재볼게요."

 

  아버지나 나나 집에서부터 KF94 마스크 끼고 이 땡볕을 지나 병원 찾아온 것도 그렇고, 문손잡이든 엘리베이터 버튼이든 조금만 스쳐도 손에 소독제를  즉각 비벼대며  조심했다. 대다수 국민이 극성이리만치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고자 애쓰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저 열나는 '턱스크남'은 마스크 안 끼겠다고 편의 좀 봐달라는 요구나 하고 앉았다니... 황당했다.

 

가방을 들고 자리를 옮겼다. 지방에서 온 아버지는 물론 사무실 사람들과 나 역시 만난 모든 이들에게 민폐 끼칠 상황이 생길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겁이 났다. 일단 거리를 두고 봐야 했다. 외래 진료를 마치고 나왔는데도 찜찜한 기분이 떨쳐지지 않았다. 턱스크남이 이후 선별 진료소로 향했는지, 끌려갔는지는 모르겠다. 이곳이 턱스크남 집안도 아니고 다수가 오가는 공동시설에서 꼭 그렇게 시답지 않은 편의를 요구했어야 했는지, 인중이라도 콕 쥐어박고 싶은 맘 굴뚝이었다. 

 

"마스크 좀 제대로 씁시다!"


서울시, 마스크 착용 의무! 안 쓰면 10만 원 이하 과태료 대상!

 서울시는 지난 23일 자정부터 음식물 섭취 시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실내외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서울시민은 물론 지방 거주자가 서울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게 단속되면 서울시의 행정조치를 받는다. 오는 10월13일부터는 감염병 예방법 개정안에 따라 마스크 미착용자에게 10만 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서울전역 10인 이상 집회 8월 30일까지 전면금지

 인구밀도가 높은 서울에서 n차 확산감염 우려가 높기 때문에 정부는 서울에서 10명 이상이 모이는 모든 집회에 대해 금지조치를 내렸다. 이번 조치를 위반한 집회 주최자와 참여자는 관할 경찰서에 고발조치 될 수 있다. 아울러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80조 제7호에 따라 300만 원 이하 벌금도 부과될 수 있다.

 마스크 쓰기는 나뿐만 아니라 타인에 대한 배려이자 수개월 째 고생하는 질병관리본부 관계자와 전국 의료진에 대한 기본 예의다. 반드시 병원에 가야하는 일조차 두려운 상황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동네를 산책하는 여유, 친구를 만나는 평안,  커피를 마시는 휴식 등 누리던 모든 일상의 자유를 되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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