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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하나 지하집 '침수' 막으려면 '수중 펌프' 확인!

돌풀 2020. 8. 1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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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년 전 조용히 개인작업을 하려는 목적에서 용산구에 방 2개가 딸린 20평 규모의 지하 전셋집을 구했다. 

빌라 건물이었는데 외관이 깨끗했다. 택배기사와 우편배달부들이 아파트나 빌라 등 현관 출입 번호를 알고 있다고는 하지만, 어쨌거나 외부인의 1차 저지선이 있다는 자체안정감을 주었다. 주차장도 주민들 모두 차가 있는 건 아니었기 때문에 주차공간의 여유가 있었다.

 

겨울, 작업공간으로 들어가 생활한 지 6개월 여 시간이 흘렀고 초여름이 찾아왔다. 지하라면 습기 문제가 어느 정도 당연하다고는 하지만, 슬슬 신경 쓰이는 것들이 늘기 시작했다. 방마다 옷에 습기가 스몄고, 화장실도 샤워 즉시 바닥을 건조해야 했으며, 세탁실도 습기와의 전쟁 통에 늘 창을 열어두어야만 했다. 그렇게 환기가 습관이 되었고, 바닥이 뽀송뽀송 마르도록 보일러 자주 틀기도 몸에 뱄다. 집 관리에 적응이 되는 듯했다.

 

'그래, 관리만 잘하면 괜찮아. 살지 못할 이유가 뭐야.'

 

스스로를 응원하며 지하살이 성공을 확신했다. 그러던 어느 날, 사건이 터지고야 말았다.

변기가 막혔다. 변기 막힘이야 어느 집이든 한 번쯤은 겪는 일이다. 휴지는 쓰레기통에 버리기 때문에 변기 막힐 일이라고는 없는데, 그날 저녁 이상하게도 변기가 속을 썩였다. 변기에 린스 붓기, 변기 주위로 비닐을 덮어서 테이프로 공기가 새지 않게끔 봉하듯 붙이고는 순간의 압력을 가해 밀기, 뚫어뻥 등등...

 

인터넷을 찾아가며 변기 뚫기 신공을 차례차례 적용했다. 나의 성난 펌프질에 반기를 들듯 어느 순간에는 물이 역류하기까지 했다. 

 

세상에나...ㅠㅠ

 

소용 없었다. 왜 이런다냐. 이날 내 장에서 아나콘다를 뽑아 변기에 넣은 것도 아니란 말이다. 변기를 붙잡고 세 시간여 씨름하다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내일 수리기사를 부르자.'

 

다음 날 오후 기사님 출장을 예약했다. 오전 일찍 나설 작정이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현관문을 열어 한 발 내디뎠다.

 

참방. 

옴마야!

 

현관 문턱까지 아슬아슬한 높이로 물이 찰랑거렸고, 나의 스니커즈는 젖어버렸다. 계단 아래의 바닥에서 희미한 빛 반사를 보이며 흔들리던 물은 그렇게 내 눈을 두 배로 키워놓았다. 

 

이게 뭔 물?

 

결론부터 말하자면, 하수도 수중 펌프 정지로 인한 침수였다. 현관문을 열면, 계단이 보이는데 그 옆면에 작은 문이 달린 창고가 있다. 창고 안 바닥에 둔중해 보이는 철 뚜껑을 열면 물을 퍼올리는 펌프 두 개가 장착돼 있던 거다. 결국 외출은 포기했다. 

 

도착한 수리기사 말에 의하면, 대개 모터 중 하나는 가동해 놓고 나머지는 가동하던 게 문제가 생기면

대체하도록 해놓았단다. 침수가 된 건 수중펌프 두 개 모두 가동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아니 왜? 어째서?

 

이유야 건물 건축 햇수 즉 지하세대용 수중펌프를 단 지도 10년이 넘었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는 하는데,

뚜렷한 이유는 알 수 없단다. 다만 펌프가 오래됐기 때문에 교체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건물에 관련된 하자 문제기 때문에 집주인에게 전화해서 펌프 교환을 요청하라고 했다. 

 

주인은 썩 내켜하지는 않았지만, 혹시라도 모를 더 큰 문제가 발생할지 모르겠다는 판단에선지 결국 펌프 모두 교체하기로 했다. 주인은 타지에 거주 중이었다. 훗날을 위해 난 이 모든 상황을 꼼꼼히 전달하려고 마음먹었다. 

 

세입자야 펌프 한 번 교체하면 그만이지만, 주인은 공사 확인도 못해, 돈만 날렸다는 쓰라림이 있을 수 있으니 말이다. 갑작스레 큰돈을 내야 하는 입장을 헤아려보자면 이런 공사에 업자가 써준 허술한 영수증만 달랑 사진 찍어서 보내는 게 세입자의 도리 역시 아닌 듯했다. 결국 펌프를 교체하는 공사 과정을 모두 촬영했다. 

 

거무튀튀한 두 개의 펌프를 떼어냈다.

 

 

그 자리에 새 펌프를 단 뒤 마지막에는 그것들이 잘 작동하는지 전기 테스트까지 마쳤다. 작업 내내 악취가 코를 찔렀고, 창고 벽과 바깥 계단 난간, 벽까지 오염물의 흔적이 남았다. 긴 호스를 사다가 집안에서 연결해 창고까지 뻗쳤다. 물줄기를 창고 안팎에 뿌리며 청소까지 마쳤다.

 

업자가 작업하면서 장갑으로 그러쥔 난간이나 스친 벽의 오염물도 걸레로 깨끗하게 닦아냈다. 집주인에게는 공사 과정을 잘 이해하도록 사진에 설명을 붙였고, 이를 모조리 전송했다. 집주인은 비록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공사가 잘 된 듯하다며 영수증을 사진 찍어 보내달라고 했다. 

 

모든 과정을 끝내니 하루가 금세 지나가버렸다. 피곤해졌다.

 

아... 이런 게 지하살이의 애로점이구나. 변기 막힘 징조가 바닥 침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알았다면, 진작 창고를 보았을 텐데... 모터 펌프를 확인했을 텐데.......

 

반지하나 지하살이 시에는 장마나 폭우로 인한 침수의 위험이 지상보다 훨씬 높다고 한다. 지하의 물을 끌어올려 배수구로 보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펌프는 그만큼 중요하다. 그렇다고 매번 침침한 바닥을 열어 펌프를 확인할 수는 없다. 다만, 적어도 변기가 막히거나 외부 바닥에 침수된 흔적이라도 조금이라도 비친다면 이는 배수용 수중펌프 이상을 한 번쯤 의심해 보는 게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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