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를 향한 중국 누리꾼들의 비난이 거세다. 수년 간 BTS를 열렬히 사랑하는 팬에서 거센 악플세례로 돌연 그들을 밀어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모든 나라마다 종교나 정치 등 역사적 문제에 따라 아티스트의 표현과 발언이 민감하게 작용할 때가 있다. 악의적이지 않은 표현이 때로는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그의, 그들의 진의를 믿기 때문이다. BTS를 사랑하는 전 세계 팬들 역시 멤버들의 말과 행동을 동일시하며 믿어왔다.
주변국들의 침략으로 인해 엄청난 전쟁의 상흔을 가진 우리나라가 도움을 준 나라들의 값진 희생과 가치를 잊을 만큼 후안무치한 민족성을 지니지는 않았다. 이념과 전쟁의 상처가 혼재되어 오래 지속된 나라일수록 표현의 자유 아래 풀어놓은 아티스트의 결과물에 민감하다. 중국 BTS 팬들 일부가 느끼는 전쟁에 대한 안타까움과 무뎌지지 않은 정서가 우리 역시 있다는 얘기다. 그러니 BTS가 수상소감에서 한 발언은 결코 어느 한쪽을 가볍게 여긴 마음에서 나온 게 아니라 믿어도 좋을 듯하다. 부디 노여워할 것까진 없다.
BTS -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BTS는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의 비영리단체 '코리아소사이어티'가 주는 '밴플리트상'을 수상했다.
BTS는 수상 소감으로 "올해 행사는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의미가 남다르다"라며 "우리는 양국이 함께 겪은 고난의 역사와 수많은 희생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에 중국 언론은 BTS가 표현한 '양국'이 '한국과 미국'을 의미한다고 풀이해 보도했다. 그러자 중국 누리꾼들은 "한국 전쟁 당시 중국 군인들의 희생을 무시하는 것이며, 국가존엄을 깎아내리는 발언"이라면서 BTS를 비판했다.
이는 미국에 맞서 조선을 도운 ‘항미원조 전쟁’을 염두에 둔 것으로, 당시 전쟁에 참여한 중국군의 희생을 무시했다는 게 중국 내 비판 기류의 핵심 내용이다.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環球時報)도 "'(한미) 양국이 겪었던 고난의 역사'라는 수상 소감이 중국 네티즌의 분노를 일으켰다”고 전했다.
웨이보에서는 BTS를 겨냥한 비판 글이 잇따르며 반한과 불매운동 메시지가 잇따르고 있다. "BTS는 너무 어려 미국 원자폭탄을 경험한 적이 없다"라거나 "중국에서 나가라. 중국 팬들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다"며 조롱과 비난을 이어갔다. 또 중국 내 팬들에게도 "BTS를 계속 좋아하겠다면 중국 국적을 포기하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외신들은 대부분 BTS의 발언이 악의가 없는 것으로 보고 옹호했다.
뉴욕타임스는 12일(현지시간) "BTS는 한국전쟁 희생자들을 기렸는데 일부 중국인들은 이것을 모욕으로 여겼다"라며 "BTS는 공공연한 도발보다는 포용성으로 잘 알려진 그룹이고, 수상 소감은 악의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중국 누리꾼들은 BTS를 무차별 공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도 이날 BTS의 수상소감을 소개한 뒤 "중국에 진출한 외국 브랜드가 중국의 편협한 민족주의에 희생된 최신 사례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해 NBA 관계자의 반송환법 시위지지 의사로 1년 간 중국에서 NBA TV 중계가 중단된 사례와 갭·메르세데스-벤츠 등 글로벌 브랜드가 중국의 민족주의 정서를 자극해 불매운동 위기에 빠진 바 있다고도 실었다. 특히 이번 BTS의 발언 역시 한국 기업들에게는 채 회복되지 않은 한한령이 강화될 수 있다는 판단에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BBC는 "BTS의 발언이 중국 누리꾼들을 분노하게 했고, 이들이 출연한 광고는 중국 웹사이트에서 사라졌다"고 전했다. 다만 일부 중국인들의 경우 BTS가 중국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옹호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BTS의 수상소감을 둘러싼 중국 누리꾼들의 집단 공격에 전 세계 곳곳에서 도리어 중국제품 불매운동을 벌이자는 등 역풍 조짐이 일기 시작했다. 이에 중국 당국은 슬그머니 보도의 수위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가 메인으로 내보낸 ‘방탄소년단의 수상 소감이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가 13일 사라졌다. 영문판으로 글로벌타임스 기사를 인용한 건 그대로 있지만 “방탄소년단의 수상 소감이 중국 네티즌을 격노케 했다”는 제목에서 순화해 “6·25 전쟁을 언급한 방탄소년단이 중국에서 저격당했다”라며 격앙된 톤을 낮춰 실었다.
한편 신곡 ‘다이너마이트’로 3주간 빌보드 핫100차트 정상을 차지한 BTS가 한 주 만에 2위로 내려섰지만 또 다시 '새비지 러브'로 정상에 올랐다. '새비지 러브'는 애초 뉴질랜드 출신 프로듀서 조시685의 곡에 미국 가수 데룰로가 노래해 지난주까지 빌보드 8위였지만 BTS가 보컬로 참여한 리믹스 버전이 출시되면서 단숨에 빌보드 핫100차트 1위로 순위가 껑충 뛰어올랐다.
BTS는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서 1·2위를 동시에 차지한 몇 안 되는 가수 중 하나로, 2009년 미국의 힙합 그룹 블랙아이드 피스 이후 11년 만의 기록을 차지했다. 빌보드에서 같은 기록을 보유한 그룹은 비틀즈, 비지스 등 총 다섯 팀 정도에 불과하다.
'이슈-정보 > 시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삼성전자 임원, 기자증으로 국회 안방 드나들 듯... 관련자 전원 징계 (0) | 2020.10.13 |
---|---|
모종화 병무청장 "유승준 아닌 스티브유"...유승준 입국금지 사건 전말 (0) | 2020.10.13 |
'덮죽덮죽' 보이콧에 프랜차이즈 철수...족발의달인- 더바디랩, 올카인드코퍼레이션 무슨 연관? (0) | 2020.10.12 |
나경원, 민주 "국민께 사과가 우선", 안진걸 "최악의 뻔뻔함과 적반하장" (0) | 2020.10.11 |
문준용 “곽상도 나빠요->미안하다”...곽상도 “아빠 찬스 누려” (0) | 2020.10.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