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천만 원만 내면 암환자를 살릴 수 있다?
300밀리 한 통에 천만 원이라는 ‘양화수’가 있다. 마시기만 하면 암세포를 잠재워 정상세포로 전환시킨 뒤 사멸시킨다는 신비의 명약이란다.
말기암 환자나 그 가족이라면 과연 이 기적의 물을 뿌리칠 수 있을까. 보기엔 맹물 같은 양화수. 이것이 과연 기적의 치료제가 맞는 걸까? 아니면 현대판 봉이 김선달의 사기극일까?
SBS ‘궁금한 이야기Y’ 13일 방송에서는 암을 치료한다는 신비의 물, ‘양화수’에 관한 소문을 좇았다.
지난 7월, 송광호(가명) 씨는 36년을 함께해온 아내 한연숙 씨를 하늘로 떠나보냈다.
“영원한 동반자를 잃어서 진짜 팔 하나를 잃는 것보다 (슬픔이) 더하다”는 송 씨의 말은 생전 그가 아내를 얼마나 아꼈는지를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았다.
한연숙 씨는 2018년 8월 3일 췌장암 말기 상태였다.
그녀는 수술할 수조차 없어 그저 항암치료를 시작했다. 다섯 번의 항암치료를 시도하던 시기 간농이 생겼다.
남편 송 씨는 그때 ‘3개월 먹으면 (병이) 낫는다’는 양화수를 지인으로부터 전해 들었다.
가격은 무려 8천만 원!
그럼에도 송 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아들들한테 울면서 하소연한 끝에 그것을 구입하기에 이르렀다.
윤정수 회장(가명)이라는 사람은 송 씨 가족 앞에서 양화수에 관해 “초약이 한 54가지... 금보다 더 귀한 약초”라고 설명했다. 다만 약초 성분에 관해서는 “국가 기밀”이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그는 “한국에서 한 25명 정도 (양화수 치료를) 했는데 초기 전립선암 같은 경우는 15일 만에 없어진 경우도 있었다”라고 주장했다.
윤 회장은 양화수를 통한 암 치료 확률을 70% 이상이라고 주장했다. 하루에 200리터 정도밖에 생산을 못했다며 그야말로 없어서 못 구한다는 치료제로 강조하기도 했다.
송 씨 가족이 윤 회장으로부터 ‘양화수’라고 해서 받은 건, 시럽 약을 담곤 하는 300mL 투명한 병 여러 개였다. 보기에는 그저 물이었다.
판매책 이 전무 "암세포 두 개 이내, 양화수 치료로 한 달이면 치료 끝나"
이 전무는 양화수 판매책으로 통했다.
그는 “매달 700명씩 임상을 했다. 암이 몸에서 두 개 이내 있는 건 한 달 내에 (치료가) 끝난다”면서 “두 개 이상 (암세포는) 두 달 정도 시간이 걸린다”라고 암환자 가족들에게 설명했다. 이 전무는 암 치료율이 최소 80% 이상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양화수는 부르는 게 값이었다.
한 암환자는 ‘15일이면 암이 낫고 부작용이 하나도 없다’라며 양화수를 권유하는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그 환자는 양화수 값 5천만 원이라는 소리에 먹지는 않았지만, 전언에 의하면 양화수 가격이 7천에서 8천만 원까지 올랐다고 했다.
그는 “(양화수 판매책이) 불과 몇 달 전에도 (전화해) 사람들이 먹고 있다고 했다. 근데 말을 어떻게 바꿨느냐면 8천만 원을 내고 3개월을 먹고 안 나으면 다시 5천만 원을 내서 1억 3천만 원이면 나을 때까지 그 약을 계속 먹는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양화수를 먹는 이들 중에는) 공무원도 있었고 난소암, 유방암 (환자도) 많았다”라고 전했다.
대체의학 전공 신 교수? 암환자 의무기록지까지 가져와 '양화수' 효능 설명
양화수 판매에 관여한 이는 또 있었다.
송 씨의 아들은 “(양화수에 관해) 조금 의심을 했는데 신 교수라는 사람이 와서 의무기록지도 보면서 약간 전문적으로 얘기를 해주니까... 그 사람이 자연 치유를 공부하고 실제 컨설팅도 많이 한 사람인데...”라며 양화수 치료를 선택하는데 영향을 받은 인물로 설명했다.
신 교수가 송 씨 가족에게 전한 말에 의하면, 자연치유(방법)만으로 암 치료를 하는 것보다 양화수라는 약을 겸용했을 때 암 치료 효과가 60% 이상에 이른다고 했다.
궁금한 이야기Y 제작진은 암 환자들을 모아놓은 마을에서 암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는 신 교수를 찾아갔다.
신 교수는 양화수 효과를 묻는 취재진에게 “한 가지 방법으로 나을 수는 없다. 8천만 원짜리 약 먹고 좋아지시는 분도 있다”라고 했다.
신 교수는 “그 약을 드셔서 기사회생하시는 분도 있고... 고쳐질 수 있다면 집이라도 팔아서 하면 되겠지만 그런 보장이 없다는 것”이라며 애초 주장과 달리 다소 난해한 답을 내놓았다.
8천만 원이라는 가격이 합당한 지에 대해서는 “환자 두 분은 지금도 추적을 하는데 (처음에는) 일어나질 못했다 힘들어서. 그때부터 양화수 세트를 먹었는데 볼 때마다 조금씩 좋아지고 한 달 정도 지나서는 혼자 일어섰다”라며 “가격은 높았다고 생각한다”라고 인정했다.
다만 그는 “지푸라기라도 잡는다고 하지 않나. 진짜 먹고 좋아졌다는 사람과 같은 효과를 기대하면서 (양화수 치료 시도를) 해볼 수도 있다는 거다. 천만 원 정도 해서 안 되면 50%는 돌려주겠다”라고 말해 사실상 암 환자들을 상대로 양화수를 계속 팔겠다는 입장이었다.
양화수, 암을 치료하는 효능이 있기는 한 걸까?
신 교수는 양화수 효능과 관련해 “순수한 물에다 파동을 입힌 건데 여기에 좋은 주파수를 기록시킨 것”이라면서 “양자물리학에서는 많이 쓰는 내용”이라고 암 환자 가족을 상대로 설명해왔다.
즉 양화수란 특정 주파수의 파동을 입힌 물로서, 세포의 운동방향을 변화시켜 암세포를 죽일 수 있는, ‘양자물리학에 근거한 과학적인 치료제’라는 게 그들의 주장이었다.
응용물리학 전문가의 말은 달랐다.
김한철 숙명여대 응용물리학과 교수는 “그 파동이 ‘물에 기록이 된다’, ‘기억이 된다’든지 이런 것은 열에너지에 의해서 금방 금방 변해버리기 때문에 체온 정도의 상황에서는 일어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전자가 정상적인 세포에서는 반시계 방향으로 도는데 암세포에서는 시계방향으로 돈다는 것도 물리학적으로 근거가 없다”라고 신 교수의 주장을 반박했다.
양화수를 앞장서서 파는 윤 회장.
과거 경기도 한 비료업체에서 근무했다는 판매책 이 전무.
대체의학을 전공했으며 현재 한 마을에서 암 환자들을 돌본다는 신 교수.
모종의 계약을 한 듯한 세 사람은 양화수 판매에 거리낄 게 없어 보였다.
물은 물이지만 그냥 물이 아니라는 양화수.
학계서는 논할 가치도 없다는 양화수 효능.
이들의 사기극은 아직도 일부 암환자들에게 희망으로 전해진다.
죽음을 목전에 둔 환자들은 낫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 때문에
알고도, 모르고도 속아왔을 것이다.
윤 회장, 이 전문, 신 교수가 암 환자였어도 양화수를 먹었을까.
그때도 사람의 절박한 마음을 가지고 장난칠 수 있을까.
“목숨 가지고 장난치면 천벌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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